亞중앙은행, 美연준 '선물' 받을까...'금리인하' 여부 촉각

김신회 기자입력 : 2019-03-24 09:16
월가선 "몇 개월 내 亞 금리인하" 전망 확산..."더딘 행보 두고 봐야" 지적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중단을 선언하면서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들의 행보에도 촉각이 쏠린다. 이들이 연준을 따라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그간의 더딘 행보를 이유로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25~2.50%로 동결하고, 연내 금리인상 중단 방침을 시사했다. 양적긴축도 오는 9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양적긴축은 경기부양을 위해 매입한 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다. 연준이 양대 통화긴축 카드를 모두 접은 셈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신화·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연준의 긴축 중단으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메이뱅크의 학 빈 추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큰 변화가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물결에 종언을 고하고, 통화완화를 위한 문을 열어젖힐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와 추가 금리인상 전망은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경상수지 적자 부담을 가중시켰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성장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을 따라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각각 6번, 5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포인트씩 인상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두 중앙은행은 연준이 긴축중단을 선언한 다음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모두 미약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들었다. 성장세가 그만큼 부진하다는 얘기다. 연준의 통화긴축 위협이 해소되면서 국내 요인이 다시 온전한 통화정책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인도네시아 등이 빠르면 올 2분기에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올 들어 강세를 띠고 있는 것도 이 지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행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대니얼 모스는 그러나 연준이 아시아에 준 '선물'은 아직 포장도 뜯기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연준이 지난 1월에 이미 긴축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머뭇거리며 통화완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기준금리를 낮춘 아시아 국가는 인도와 싱가포르 정도에 불과하다.

아시아 경제 전문가인 모스는 아시아 국가들이 성장둔화 우려를 덜려면 연준이 준 기회를 활용해 통화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연준이 긴축 중단에 나서기 전에 이미 통화·재정정책을 경기부양 모드로 전환했고, 일본은행(BOJ)은 초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시아지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말레이시아는 지난 1월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2009년 이후 처음 디플레이션에 빠졌는데도 금리를 줄곧 동결했다.

모스는 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한 과도한 경계감과 비관적인 경기전망에 대한 부정, 환율 불안 등이 중앙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통화 가치 급락에 대한 우려가 커 통화완화에 미온적이기 쉽다. 또 연준이 언제든 통화긴축 기조로 돌아서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대한 경계감이 클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에 대한 관망세는 경기 불확실성을 키운다. 무역전쟁이 잘 끝나 중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를 미루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모스는 연준의 통화긴축 중단 선언 이후 몇 개월 안에 아시아 지역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앙은행들이 그동안 행동을 주저한 만큼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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