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헝가리 최초 한글사전 ‘웽조사전’ 기증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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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03-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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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조사전’ 표지 [국립한글박물관]

헝가리 최초 한글사전을 국립한글박물관이 기증 받았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초머 모세 주한 헝가리 대사로부터 헝가리 최초의 한글사전 ‘웽조사전’을 21일 기증받았다.

‘웽조사전’은 헝가리 학술원에서 1957년 발간한 헝가리어-한국어 사전으로 2만3000개의 어휘가 수록돼 있다. 사전은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자 쇠베니 얼러다르(1914~1980) 박사의 주도로 만들어 졌고, 이름은 러시아어로 헝가리를 뜻하는 ‘웽그리아’의 ‘웽’과 조선의 ‘조’를 조합한 것이다.

쇠베니 얼러다르 박사는 1951년 헝가리가 한국 전쟁 중 공산주의 국가 간 연대 차원에서 초청한 북한 전쟁고아에게 헝가리어를 가르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952년 헝가리 교육부로부터 사전편찬사업을 제안받았고, 1954년~1956년 헝가리 대사관의 문화관으로 평양에 주재하면서 사전 편찬을 주도했다. 1953년에 완성된 초판은 1957년 정식 출판된 ‘웽조사전’의 토대가 됐다. 초판에서 한글 단어들은 필사(손글씨)로, 헝가리어는 타자기로 제작됐다. 헝가리 학술원 출판사는 사전의 정식 발간을 위해 북한과학원 언어학부와 협력을 제안하고, 1954년 하반기 북한과학원에서 사전 감수를 마쳤다.

당시 헝가리 학술원 출판사는 동양어 인쇄 경험이 없었고, 평양국립인쇄소는 헝가리 문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헝가리어를 구사하는 인쇄 인력이 없어 인쇄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던 가운데 이후 한글과 한자 인쇄는 평양국립인쇄소에서, 헝가리어 인쇄와 제본은 헝가리 학술원 인쇄소에서 담당해 1957년 하반기 1000부를 인쇄했다. 1956년 10월 반소 혁명(헝가리 혁명)의 영향으로 헝가리-북한 관계가 약화되고, 대부분의 북한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사전을 기증한 초머 모세 주한 헝가리 대사의 저서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2015년에 발간한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 학자 북한을 만나다’를 통해 ‘웽조사전’과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자 쇠베니 얼러다르 박사를 국내에 소개했다. 초머 모세 대사는 헝가리의 대표적인 한국학자로 한반도 역사와 정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08년에는 헝가리 최초로 외트뵈시 로란드대학교(ELTE)에 한국학과를 설치한 후 한국학과 학과장을 역임했고,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차례로 개설해 헝가리에서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2월 부다페스트 NKE대 안보전략연구소 수석 연구 교수가 됐고 지난해 9월 주한 헝가리 대사로 부임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1950년대의 국외 한국어 사용과 한글 인쇄 환경을 볼 수 있는 한글 자료로 국외 한글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가치가 높고 한국-헝가리 30주년 기념이 되는 해에 기증받아 더욱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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