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협상' 중단 선언 파장…급반전 vs 충돌, 향후 전망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황금같은 기회 날렸다…비핵화 중단 고려중"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등장에 북한 최선희로 맞불…미 언론 "투견들이 풀려났다" 우려

전문가 진단 "한반도 비핵화 협상 복잡화…실무 회담 앞당겨 질수도"

[AP=연합뉴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미 관계가 다시금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 외교안보라인이 대북 제재 유지 등 연일 초강경 대응을 보인 데 대해 그동안 침묵하던 북한이 맞대응을 공식 선포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기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발언에 대해 "투견(attack dogs)들이 풀려났다"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대화는 더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북·미 강경파로 분류되는 최 부상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비핵화 갈등에 전면적으로 나선 상황에 대해 우려가 담긴 표현이다.

미 현지 언론 '디 애틀랜틱'은 최 부상과 존 볼턴 보좌관이 등장한 사실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최 부상은 2017년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화염에는 화염으로"라는 표현을, 지난해 5월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멍청이(political dummy)'라고 언급한 사례를 지적하며 "강경발언으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최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결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golden opportunity)를 날렸다"고 주장했다. 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했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며 "미국의 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란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는 미국이 최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빅딜'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을 몰아세운 데 대한 북한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 강경파들이 연일 제재 강화를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 북한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본부장은 "최 부상의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 등의 표현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며 "이 발언대로라면 미국과의 협상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미국은 신중한 반응이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 부상의 회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 부상의) 발언을 봤는데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면서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부상 역시 강경 발언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만은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북·미 대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강경 발언이 북·미 실무회담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성명을 통해 협상 의지를 확인해 준다면 분위기가 급반전돼 북·미 실무회담이 이른 시일 내에 시작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 역시 "비핵화를 위한 대화 협상을 깨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밀여붙여 보다 극단적인 반응을 본 뒤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이후 핵협상을 지속할지에 대한 앞으로의 입장을 담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북한에서는 이렇다 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