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메우동·타마고야끼…외식메뉴 여전히 ‘일본어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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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02-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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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역·계란 같은 우리말 놔두고 신제품 표기에 남발

  • 식품업계, 3.1운동 100주년 무색하게 자정 노력 부족

CJ제일제당 온마트에서 판매 중인 가쓰오 와카메 우동[사진=CJ제일제당 공식 온라인몰 온마트]


“우리는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이 제 정신을 차리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놨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安倍信行)가 남긴 말이다.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았지만, 국내 식품·외식업계에는 아직도 ‘일본어’로 표기된 신제품 출시가 적지않다. 

27일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육성하는 CJ제일제당은 일부 제품에 일본식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가쓰오 우동과 함께 와카메 우동, 얼큰우동을 선보였다. ‘와카메’는 우리말로 미역이란 뜻이다. 미역우동을 굳이 와카메로 쓸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난해 CJ제일제당은 얼큰우동마저 ‘키라이 우동’으로 이름을 바꿨다. 키라이는 청양고추와 홍고추로 매운 맛을 낸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과거 비비고 브랜드로 ‘야키니꾸 소스’라는 양념장 제품을 팔았다가, 논란이 되자 ‘불고기 양념장’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프랑스 빵 바게트를 우리말로 굳이 바꿔 부르지 않듯, 해당 제품들도 일본 현지 음식 고유의 맛을 살린 제품이란 의미에서 현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다만 제품명에 일본어가 들어가더라도 원재료는 모두 국내산을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풀무원도 일본어 표현을 넣은 신제품을 연달아 내놨다. 일본식 어묵전골이라는 ‘찬마루 오뎅나베’와 ‘키츠네 우동’ 등이다. 키츠네는 사전적 의미인 요녀, 여우 등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국수 요리 종류 중 하나를 뜻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처럼 생소한 일본어를 굳이 시중판매용 제품에 넣어야 하느냐는 것이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외식업체도 마찬가지다. 거리마다 일본식 술집을 뜻하는 ‘이자카야’라고 쓰인 간판이 빼곡하다.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BBQ)는 아예 일본 회사와 손잡고 ‘와타미’란 술집을 들여왔다. 지난 25일에는 자회사인 전통일식 전문점 ‘우쿠야’를 ‘올 뉴(ALL NEW) 우쿠야’로 새롭게 바꾸고 일식 전문 프랜차이즈로 본격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업은 국내에서 하지만 메뉴판은 물론 언론배포용 보도자료에도 ‘돈카츠(돈가스)’, ‘돈부리(덮밥)’ ‘오코노미야키(철판 부침요리)’ 등 일본어 표현을 사용했다.

SF이노베이션이 운영하는 한식 브랜드 ‘스쿨푸드’의 배달 전문 매장인 스쿨푸드 딜리버리는 “일본 정통 요리인 ‘야키소바(철판볶음면)’를 자사만의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타마고(계란말이) 야키소바’를 출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글문화연대는 27일 논평을 내고 “조선어학회 선열들이 일제의 탄압 아래서 목숨 걸고 지킨 한글이다. 일제의 모진 고문 탓에 이윤재, 한징 두 분이 감옥에서 숨졌다”며 “우리가 일제에 빼앗겼던 것은 나라만이 아니다. 식민통치 막바지엔 우리말과 한글도 모두 말살당할 처지였다. 삼일절을 앞두고 한글 파괴에 앞장선 업체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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