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북녘 피붙이 손 한번 잡아보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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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2-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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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평화’ 내세운 文정부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차례뿐

  • 대북제재에 발목잡혀 상설면회소·화상상봉 등 진전 없어

  • 13만 이산가족 중 벌써 7만여명 숨져…상봉 정례화 시급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설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한난숙 할머니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한반도 평화’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산가족 전원 상봉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북한 내 현실적인 상황과 대북제재 문제로 역대 정권에 비해 뒤처지는 모양새다.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통일부 인도협력국에 요청해 받은 이산가족 상봉 현황(1~21차)을 분석한 결과 대면상봉은 △김대중 정부 7회 △노무현 정부 8회 △이명박 정부 2회 △박근혜 정부 2회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면상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시행한 화상상봉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만 7회 시행했고 이후 사라졌다.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보수 정권에서는 간신히 이산가족 상봉 명맥은 유지했다. 남북관계가 냉랭한 상황인 만큼 제한적이나마 민간 상봉을 통해 가족 간 만남을 가졌다. 지금처럼 북한이 국경지대 감시를 강화하지 않아서 가능했다.

정부 차원 이산가족 상봉은 이명박 정부에선 2009년 9월 26일 제17차 이산가족 상봉으로 195가정(888명)이 부둥켜안았다. 2010년 10월 30일에는 제18차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했다. 이때는 191가정(886명)의 남북 피붙이들이 70년 만에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2010년 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중단됐지만 박근혜 정부인 2014년 2월 20일 제19차 상봉을 진행, 모두 170가정(813명)이 한곳에 모였다. 2015년 10월 20일 제20차 상봉에서는 186가정(972명)이 서로 얼굴을 마주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아진 문재인 정부에서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지난해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170가정(833명)이 금강산에서 만났다. 이마저도 앞서 열렸던 상봉과 일정·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상봉 정례화나 상봉 규모 확대 등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설에도 이산가족은 임진각에서 북녘땅만 바라봐야 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지역 상설면회소의 빠른 개소와 화상상봉·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했지만 대북제재에 발목이 잡혔다. 화상상봉에 필요한 장비를 북한에 가지고 들어가는 게 문제가 된 것이다.

남북 분단으로 약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생겼다. 정부와 민간 주도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은 비정기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1985년 첫 만남 이후 지난해까지 대면 상봉과 화상 상봉을 합쳐 총 4742건, 2만3676명이 만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이산가족 1세대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고령이 되거나 이미 세상을 떠났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988년부터 작년 12월 31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수는 13만3208명으로 이 가운데 7만7221명이 숨졌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모두 생애 한 번이라도 이산가족과 상봉하기 위해선 이산가족 상봉 규모가 최소한 1회당 7300명이 돼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필요한 이유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본지와 만나 “한미 워킹그룹에서 화상상봉과 이산가족 면회소 개보수로 대면 상봉도 하려고 논의하고 있는데 속도를 못 내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북·미 협상이 잘 되면 제재 면제를 계속 요구해서 여건만 되면 바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의원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완화를 하도록 촉구했다. 그는 “죽기 전에 손 한번 잡아보자는 이산가족의 절실한 바람은 미군 유해 송환 못지않은 긴급한 인도적 사안”이라면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서는 상봉 때 금강산에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감안, 금강산 관광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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