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한직업' 진선규, 반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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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02-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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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마형사 역의 배우 진선규[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진선규(41)는 자신과 '극단(極端)'에 서 있는 인물을 연기하곤 했다. 살벌하게 무서운 사채업자(영화 '범죄도시'), 신나게 자기주장을 펼치지만, 모두가 무시하곤 하는 사고뭉치(영화 '극한직업'), 감정을 숨긴 채 묵묵히 일을 수행하는 덕성(드라마 '킹덤') 등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반전'의 얼굴을 그려낸 것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마약반의 사고뭉치 마형사 역을 맡은 진선규는 데뷔 후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낯선 모습을 선보인다.

도대체 어디까지, 무엇까지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그가 더 보여주지 못한 '얼굴'이 또 있는 걸까? 의문이 들 때쯤 진선규는 살벌하고, 예리하고, 어리숙하고, 천연덕스러운 모든 '캐릭터'를 지우고 남은 진짜 '민낯'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아직도,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진선규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극한직업' 마형사 역의 배우 진선규[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코미디 연기였다. 쾌감이 컸을 거 같다
- 재밌었다. 사실 테스트 촬영할 때 걱정이 컸다.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하하하! 감독님께 '너무 못생겼어요. 이게 괜찮을까요? 보는 분들이 너무 싫을 거 같은데'라고 했었다. 감독님은 '제가 보기엔 매력적인데요'라고 하셨지만 저는 마지막까지 의심했었다. 매 신마다 쫓아다니면서 '못생기지 않았나요?' 물어보곤 했었다.

코미디 연기, 캐릭터에 관해 설계해놓은 게 있다면?
- 감독님이 그린 인물이나 색깔 등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자기주장을 펼치다가 무시당하는 그런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조기축구회 등 모임에 꼭 한명씩 있는 그런 사람들 있지 않나. 사람들이 '아유, 그만 좀 해!'라며 등짝을 찰싹 때리는 사람들.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마형사를 그려갔는데 신기하게 다른 멤버들이 잘 알아봐 주었고 잘 만들어주었다.

그만큼 호흡이 좋았다는 말이겠다
- 그렇다. (류)승룡 형님이나 (이)동휘는 워낙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셔서 저와 하늬를 잘 끌어주셨다. 저는 액션과 리액션을 잘하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 특히 하늬가 저를 잘 구박하고 타박해고 때려줘서 재밌게 잘 나온 거 같다.

진선규의 '코미디'를 의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병헌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 3~4년 전 우연히 만나게 됐다. 지인이 '같이 밥 먹자'고 해서 나갔는데 그 자리에 이병헌 감독님이 계셨다. 열렬한 팬이었던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었고 함께 냉면을 먹으면서 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 만나 새벽까지 술자리를 함께하고 인연이 되어 연락도 주고받게 되었었다.

그때 인연으로 '극한직업' 출연까지 이어진 건가?
- 당시에는 '나중에 좋은 캐릭터 있으면 오디션이나 한 번 보게 해주세요' 했었는데 연락이 없었다. 하하하. 그러다가 이번 시나리오를 주셨고 오디션 없이 캐스팅됐다!

영화 '극한직업' 마형사 역의 배우 진선규[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 이후에는 다양한 작품이 물밀듯 들어왔을 텐데
- 상 받은 이후(진선규는 '범죄도시'로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저연상을 수상했다.)에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거 같다. 2월 개봉할 '사바하'는 상 받기 전에 찍은 작품이다.

멜로를 찍고 싶다고 했는데.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엔 멜로는 없나?
- 제 꿈이긴 하지만 제가 잘생기지 않아서. '파이란'(감독 송해성) 같은 작품은 기대하고 있다. 하하하. 거칠 게 있다가 갱생되는 느낌으로. 개인적으로는 '가위손'(감독 팀 버튼)이라는 작품을 좋아한다.

작품으로 '멜로'는 아쉬울 수 있어도 영화 밖에서의 '로맨스'는 진행 중 아닌가. 영화 속에서 계속 '못생김'을 강조해서 아내가 속상해했을지도 모르겠다
- 그런가? 모르겠다. 아내는 아침에 제 얼굴을 보면서 '얼굴 치워!' 한다. 하하하. 연애 때부터 아내의 그런 면이 참 좋았다. 우리 아내 별명이 와사비다. 학교 다닐 때 여학생들은 절 보면 '선규 오빠는 얼굴만 봐도 참 착하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우리 아내는 절 보면서 'X 먹었어?'라며 화를 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특이하다
- 원래는 체육 선생님을 준비하고 있었다. 격기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친구를 따라 교회에 놀러 갔다가 연기에 눈을 뜨게 됐다. 갑작스레 연기 학원에 등록해 두 달 연습하고 한예종에 지원했는데 같이 공부한 친구들 중 저만 붙었다.

영화 '극한직업' 마형사 역의 배우 진선규[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때부터 재능이 보였나보다
- 아니다. 나중에 교수님께 물어보니 참 촌스러워서 뽑았다고 하더라. 순수하게 생겨서 가르쳐주면 뭐든 잘할 거 같아서 뽑았다고. 시골에서 막 올라온 것처럼 생겼다고 하셨다.

무대를 줄곧 해왔으니 무대에 대한 그리움도 있겠다
- 무대에 대한 계획은 계속 잡고 있다. 현재 제가 소속된 극단이 지방에 '나와 할아버지'라는 공연을 올리는데 저도 그에 대한 끈은 놓고 싶지 않다.

'범죄도시' '극한직업'을 전후로 진선규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 가장 체감하는 건 아내와 함께 장을 볼 때 먹고 싶은 건 고민하지 않고 그냥 산다는 것. 가격표를 보고 망설이거나 '더 싼 걸 사자'고 하지 않고 '그래, 이거 사자'하고 카트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후배들과 밥을 먹고 내가 사줄 수 있다는 것도.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많이 번 건 아닌데 그 정도 변화가 있었고 체감한다. 행복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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