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 '위안부' 대신 '일본군 성노예'로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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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9-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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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오던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달 28일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우린 아직 해방이 안됐다 차라리 정부가 손을 떼는 게 낫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대로 싸울 것이다.” 이는 2015년 12월 28일 ‘치욕의 한일위안부협상’을 접한 김복동 할머니의 절규다.

사실 이 문제는 23년 전 1996년에 이미 해결될 수 있었다. 우리 정부가 약간의 실천 의지만 있었더라면 일본정부의 공식 서면사과를 받아냈음은 물론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할 수 있었다.

1996년 2월 6일 국제연합(UN) 인권위원회(UN위원회중 최고핵심위원회)는 ‘일본군 성노예(Japanese Military Sexualy Slaves)' 문제와 관련 다음과 같은 6개 결정(법원 최종판결과 같은 효력)을 내렸다.

1. 일본 정부가 2차세계대전 때 행한 행위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이며,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함.
2. 가해자들의 죄상을 판결 처벌하는 특별행정재판소를 설립하고 책임 및 보상과 관련해 법적문제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해결토록 권고함.
3. 일본은 1965년의 한일협정으로 국가 배상이 모두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이 문제는 별개의 문제. 피해자 개인의 권리 침해에 관한 청구는 한일 협정에 포함되지 않음
4. 일본은 당연히 국가적 차원에서 피해자들에게 개별적 공식 사죄를 할 것.
5. 일본정부는 일본군 성노예관련 교과서를 개정하고 관련 문서 및 자료를 모두 공개 할 것.
6. 비정부기구(NGO)는 국제사법재판소와 상설중재재판소를 통해 UN체제안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 할 것.

이렇게 국제사회는 피해국 한국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일본 정부의 공식서면 사죄는 물론 가해자를 교수형에 버금가는 중죄로도 처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진상규명 및 사죄, 보상요구노력이 전혀 없었다. 국제사회가 일본 정부에 내린 엄벌을 우리정부가 집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분명 대한민국 정부의 직무유기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또한 국제사회의 통상용어나 국제법적 공식용어 모두 ‘일본군 성노예’ 라고 상용하고 있는데 정작 피해자 한국은 가해자 일본이 쓰는 용어 그대로 ‘종군위안부’, ‘위안부comfort women)’로 앵무새처럼 따라 불러왔다. 20년 넘게.

그런데 이를 보다보다 못한 한 미국 여인이 있었다. 그는 바로 힐러리 클린턴. 2012년 6월 그가 미국 국무장관으로 재직 시, 미국의 모든 문서와 서명에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표현 대신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라고 쓰라고 했다. 그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매체는 ‘위안부’ 대신 ‘일본군 성노예’를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 겐바 외무상을 비롯해 일본 언·관·학은 ‘성노예’의 표현은 틀렸다며 ‘위안부’라는 표현을 계속 쓰라고 간섭했다.

‘6개월 천하’라 할까, 이듬해 2013년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물러나자 다시 우리 매체에는 ‘위안부’라는 용어가 슬며시 나타났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관련 한·일간 국장급 협의 과정에도 ‘성노예’ 표현 사용을 자제해 줄것을 당부해왔다.

유엔인권위원회 표기는 일본군 성노예(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이고 미국 정부 공식용어는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ual Slavery)이다. 가해국 일본정부는 피해자 한국에게 위안부(comfort woman)로 부르길 당부 내지 지시해왔고, 이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에 순응해왔다. 한국의 언론계와 학계도 ‘성노예’가 피해자 할머니에게 너무 자극적이다는 등 여러 핑계를 들어 어감이 좋은 ‘위안부’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여러 경로로 탐문 조사해보니 피해 당사자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는 ‘comfort women’ 라는 용어에서 무슨 ‘강제성’의 어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범죄는 범죄이다. 피해자에게 자극적이라는 핑계를 들며 그 죄를 돌려 말하면 안 된다.

일본은 극악한 범죄 ‘강간범’을 꽃을 꺾는 도둑 ‘채화적(採花賊)’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듯 피해자가 듣기 싫을까 보아 ‘살인’을 ‘강제영면죄’로, 우회적으로 말해야 되나.

가해자의 입장에서의 ‘위안’이지, 무엇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진정 위하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일본의 극악무도한 전쟁범죄의 실상을 여실히, 만천하에 알리는 것. 일본의 흉악범죄를 그대로 명칭하는 것.

한마디로 위안부 ‘comfort women’ 는 일본이 강제성을 감추기 위한 고약한 용어로 우리가 따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위안부’라는 용어 대신 ‘일본군성노예’, 또는 ‘강요된 성노예’ 국제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진정으로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길이자 낯 두꺼운 일본정부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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