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CEO' ​화웨이 창업자 '극과 극' 인터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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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1-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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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기자 앞에선 저자세...내신기자에겐 자신감 표출

  • 런정페이 복잡한 속내 드러나

런정페이는 지난 20일 중국중앙(CC)TV에 출연했다. [사진= 중국중앙(CC)TV 캡처]


평소 언론 노출을 꺼려하는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華為) 창업자이자 회장이 최근 서방을 중심으로 제기된 '중국 정부 스파이' 우려를 없애기 위해 공개적 행보에 중국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21일 중국 대표 테크 전문 매체 36커(36氪)는 런정페이 회장이 최근 나흘사이 인터뷰를 세 차례 진행하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두 차례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1987년 화웨이를 창립한 이후 31년 동안 언론 인터뷰에 응한 지 열 번도 채 되지 않기 때문.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캐나다·유럽 등 화웨이에 대한 서방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지면서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애당초 의도와 달리 내외신 취재진과 직원 앞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등 뭔가에 쫓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방 보이콧 사태 심각성 경고

18일 런정페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보이콧이 계속되면 감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고 중국 경제관찰망(經濟觀察網)이 보도했다. 화웨이 제품이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서방국을 중심으로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이 번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런 회장은 "차세대 이동통신 5G(5세대) 사업을 둘러싼 각축전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견제가 이어져 앞으로 몇 년 동안 화웨이의 미래는 생각보다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유럽 국가들의 4G망 대부분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만 5G망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조직 및 업무 간소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내외신 취재진 앞에서 태도 돌변···저자세→허리꼿꼿

이는 런 회장이 최근 진행된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보였던 태도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 15일 2015년 이후 4년 만에 진행된 외신 인터뷰에서 런 회장은 화웨이의 스파이 의혹을 부인하며 "중국 정부가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청한다면 절대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하지만 세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신 앞에서 한껏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런 회장은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을 향해 연일 비난 세례를 퍼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이라면서 "미국기업에 이득을 주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에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칭호가 걸맞다"고 말했다. 

반면 17일 자국 현지 언론 앞에서 런 회장은 “화웨이가 최근 직면한 문제는 10여 년 전에 예견됐던 것”이라며 “10여년간 이 문제를 준비해왔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5G 사업에 대해서 그는 “화웨이의 기술은 세계 최고"라면서 “고객들은 결국 화웨이를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런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왜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했는가?'라는 중국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틀 전 트럼프는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과 사뭇 다른 어조다.

◆올해 화웨이 성장? 둔화?

뿐만 아니라 내외신 취재진 앞에서 올해 화웨이 연간 성장세가 둔화된다고 해놓고선 정작 화웨이가 발표한 올해 전망 보고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런 회장의 발언과 화웨이의 전망치를 두고 대체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런 회장은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2019년은 화웨이에 힘든 해가 될 수 있다. 성장폭이 20% 이하가 될 것"이라며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매출 목표를 1250억 달러로, 전년보다 약 15% 남짓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가 지난 18일 발표한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1085억 달러(약 122조7135억원)이었다.

하지만 런정페이는 20일 중국중앙(CC)TV에 출연해 전혀 다른 언급을 했다. 그는 “화웨이의 5G 장비가 가장 선진적이기 때문에 서방이 이를 쓰지 않으면 돈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서방국가가 결국 화웨이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화웨이의 매출 성장폭이 적어도 20%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런 회장의 이와 같은 입장 차를 두고 현재 화웨이에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지만 대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방국가의 화웨이 제품 보이콧 움직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규제로 인해 본격적으로 손발이 묶이자 화웨이에 대한 런 회장의 복잡한 속내가 명확하지 않은 태도로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2일 미국 정부가 캐나다에 멍 부회장의 신병 인도요청 의사를 밝히자 런 회장의 수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부터 화웨이가 차세대 이동통신 5G 시장을 주도할 기세를 보이자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경계감이 부쩍 커졌다. 런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孟晚舟) 부회장이 지난해 말 캐나다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최근 폴란드에서 이 회사 간부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면서 화웨이는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의 입김에 화웨이에 대한 보이콧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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