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금융 규제 바로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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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9-01-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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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금융산업도 국가끼리 치열하게 경쟁한다. 보다 효율적인 금융산업을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부창출에도 기여해야 한다. 과거에는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침탈하였지만, 오늘날에는 금융전쟁을 통하여 국가 간에 부가 이동한다. 예를 들면, 아시아에 투자하는 미국 헤지펀드 수익률과 주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시아 자본이 거두는 수익률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지역 간에 부가 전이되는 현상이 생긴다.

금융산업도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회사가 창의력을 가지고 투자활동을 할 수 있게 규제체계를 짜야 한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금융 규제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국제적 정합성을 고려한 금융 규제로 국부를 창출하고 국민 경제 편익을 키워야 한다.

금융 규제가 변하면 이해관계자 간 균형 상태도 다시 바뀐다. 이런 변화로 유리해지는 쪽과 불리한 쪽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규제를 통하여 카드회사 수수료율을 낮춘다고 치자. 카드회사 수익성은 나빠지고 카드 서비스 수수료를 지불하는 회사 수익성은 좋아진다. 즉, 양사 간에 부가 전이된다. 또한 카드회사는 수입이 감소하므로 카드 사용자에게 제공하던 부가 서비스를 줄일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에는 영향을 다각적이고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금융 규제를 바로잡으려면 그 필요성과 적정성 여부를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 환경 변화로 기존 규제가 필요 없다면 없애면 되고, 규제 수준이 높으면 낮추면 된다. 이러한 규제를 발굴하여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금융 규제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금융당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관점에서 규제를 살펴본다.

첫째, 금융소비자는 규제를 통해 가능한 많이 보호해주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규제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현행 자본시장법도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투자자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일반투자자로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금융회사 설명의무와 같은 투자자 보호 규제도 차별적으로 적용한다. 과도한 금융 소비자 보호는 금융회사 비용증가를 유발할 수 있고, 규제를 설정할 때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금융회사는 느슨한 규제를 통해 자유롭게 영업하기를 원할 것이다. 영업활동을 위한 진입 요건이나 업무 범위 제한, 건전성 유지와 같은 다양한 규제가 있다. 이러한 규제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규제 수준이 낮으면 영업활동을 하기에 편리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도 금융상품이나 서비스 가격 자체를 규제하면 금융회사 경영을 위축시킨다. 가격은 금융회사 간 경쟁을 통하여 결정돼야 바람직하다. 더욱이 가격 규제는 금융회사 경영활동 자체에 대한 규제이다. 경영 실패로 이어진다면 가격 규제를 가한 당국에 대해서도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셋째, 금융당국은 속성상 규제를 많이 만들기 쉽다. 규제 미비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리기 때문이다. 적정 수준으로 규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효율성과 금융시장 안정성, 이해관계자 간 공정성, 금융소비자 보호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국제 금융전쟁 시대에 금융회사 발목을 묶는 규제는 풀어주어야 하고, 가격 규제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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