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갈림길 선 美中, '운명의 1월'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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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1-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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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재호 기자]


새해가 밝자마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환한 화두는 '협력'이었다.

시 주석은 미·중 수교 40주년 축전에서 "양국 관계는 중요한 단계에 처해 있다"며 "협력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트 대통령도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미·중 관계는 나의 우선 사항"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본심이 담긴 언급이 이어졌다.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뀌든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보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앞으로 수년간 얻을 위대한 성과의 기초를 다졌다"며 미국의 이익 극대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가를 최대 변수다. 이달 중 이어질 양측의 접촉 결과에 따라 무역전쟁의 향방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 협상·다보스 회동 '촉각'

당장 미·중 대표단 간의 대면 협상이 재개된다.

6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양측은 7~8일 베이징에서 무역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 8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4차 협상을 벌인 뒤 5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는 셈이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과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책임자로 나서는 차관급 실무 협상이다. 지난달 1일 시 주석과 트럼트 대통령의 회동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양측 간의 전화 협상 결과를 결산하는 자리의 성격이 짙다.

세 가지 쟁점 가운데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협상은 상당한 진전이 예상된다. 무역전쟁 발발 직후부터 중국도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공언해 온 만큼 애초에 타협안 마련이 가장 손쉬운 분야로 꼽혔다.

미국산 농산품과 자동차, 에너지 등의 수입을 큰 폭으로 늘리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공감대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한 외국인투자법 및 특허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기술 굴기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지 여부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가 대표적인데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 차원의 산업구조 조정 계획 수립은 당연한 것이며 미국이 중국제조 2025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중국의 속내다.

이 대목에서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포럼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만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이징 협상의 결과에 따라 극적인 다보스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최고위급이 만나 얽힌 실타래를 한번에 푸는 것은 국제 정치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장면이다.

타오원자오(陶文釗)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차관급 협상에서 이뤄진 합의가 왕 부주석과 트럼트 대통령의 회동에서 확정될 수 있다"며 "2월 말까지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가오는 양회, 조급해지는 中

외부에 알려진 미·중 간 협상 시한은 3월 초까지다. 협상 종료 시점에 중국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시작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3월 3일부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개막하고 이틀 후인 5일부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개최된다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인대에서 전년의 정치·경제·사회적 실적을 평가하고 해당 연도의 비전을 제시하는 업무보고를 하게 된다.

백미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 발표다. 미국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거나 자칫 결렬될 경우 올해 양회는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게 분명하다.

중국이 어떤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더라도 시장의 의구심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어떻게든 미국과 합의를 이루려는 이유다. 미국을 향한 유화적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 1일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새로운 국제 정세 속에서 미·중은 또 다시 역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추이 대사는 "미·중 양국 인민의 공동 이익은 정치적 옮고 그름을 뛰어넘는 문제"라며 "협력은 모두에 이익이 되고 다투면 모두가 상처를 입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또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도 언급했다.

그는 "시 주석은 인민의 아름다운 삶을 투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고 링컨 대통령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하다'고 했다"며 "후대를 위해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물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 셋째)가 지난 4일 중국은행 지점을 방문해 중소기업 대출 지원 확대를 지시하고 있다. [사진=중국정부망 제공 ]


◆기강 다잡기, 돈 풀기…대응책 마련 분주

중국은 대미 협상과 별개로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 주석은 당·정·군을 아우르는 기강 다잡기 행보로 내부 결속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열린 올해 첫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는 "현재 세계는 100년 동안 없었던 대변화에 직면했다"며 "일단 일이 벌어지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5~26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민주생활회도 주재했다. 자아 비판과 대조 심사를 통해 사상과 업무 기풍을 점검하는 회의다.

회의 참석자들은 "시 주석의 영도 하에 고질량 발전을 실천하고 개혁개방을 전면적으로 심화하자"며 "시진핑 사상으로 무장하는 것을 모든 업무의 중요한 전제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역전쟁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4일 올 들어 첫 은행권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15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은행의 지준율을 각각 0.5%포인트씩, 총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중순께 지준율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소 앞당겨졌다. 연초부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풀릴 돈은 1조5000억 위안(약 24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같은 날 중국 3대 은행을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추가 감세와 지준율 인하 등으로 민영기업 및 중소기업에 자원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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