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KT 화재, 원인과 대안] ② D등급 불법 누락...“과실입증 가능...문제는 소송 비용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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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9-01-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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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C등급으로 분류 됐다면 대체설비와 우회망 확보 됐을 것...불법 관리에 따른 인재"

  • - "집단소송 시 과실 입증 가능...소상공인, 소송 시간과 비용을 감단하기 힘들 것"

지난달 24일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국사의 복구 현장. 인근 전봇대에 통신용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대규모 통신마비를 일으켰던 KT 아현국사 화재가 불법적 등급 관리로 인한 인재로 드러나면서 피해자 배상 규모와 방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KT는 아현국사 화재에 따른 보상안으로 요금감면과 위로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KT가 위로금이 아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KT가 규정대로 아현국사를 C등급으로 분류했다면, 대체설비와 우회망 확보가 의무화돼 통신불능으로 인한 주민 피해와 소상공인 영업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KT가 피해공동조사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하고 있다.

◆"KT 아현국사 화재는 불법 영업 결과··· 보상 아닌 배상"

앞서 KT는 아현국사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보상안을 마련했다. 보상안은 크게 두 가지다. △서비스 장애기간에 따른 전체 피해자들의 이용요금 감면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위로금 지급 방안이다.

우선 KT는 유무선 가입고객 대상 1개월 이용요금을 감면하기로 했으며, 이번 화재로 소실된 동케이블 기반 유선서비스 가입자에게 최대 6개월치 요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보상안이 아닌 약관에 따른 손해배상에 해당한다. KT 약관에 따르면 고객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월정액(기본료)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고객과 협의를 거쳐 ‘손해배상’을 하게 돼 있다.

배상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실을 물어주는 것이고, 보상은 합법 행위에 대한 손실을 물어주는 것이다. 보상의 합법 행위에 따른 손실은 가령 고속도로 건설 등 국가사업에 따른 피해를 입었을 때 해당된다. 위로금은 책임은 없으나 도의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개념이다.

엄태섭 오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KT의 행위는 합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보상이 아니라 배상에 해당한다”면서 “KT가 보상안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본인들의 잘못을 최소화하려는 일종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KT의 위로금 지급 결정 방식에 소상공인 반발은 거세다.

KT는 지난달 26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소상공인 피해 접수를 받았지만, 접수 대상자는 연 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으로 제한해 비난을 샀다.

이번 화재로 소상공인 17만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지만, 오프라인 피해접수는 6138건에 그쳤다. 68개소 주민센터에 KT 직원이 각각 2명이 상주했으나 이들은 하루 3건 정도 접수한 것에 불과하다. 피해사실 접수 신청서란에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나 피해액을 적을 수 있는 공간도 없어 의구심을 자아냈다.

참여연대는 “KT의 이번 보상안은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무책임한 대책에 불과하다”면서 “피해시민 및 소상공인들과 손해배상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나 의견청취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감면안을 통보한 것도 모자라 피해소상공인 대상을 특별한 기준도 없이 자의적으로 연 매출 5억원 이하로 한정했다”고 지적했다.

엄태섭 변호사는 “서비스 불통으로 인해 발생된 소상공인 매출 손해액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데도 KT의 대처는 진정성이 전혀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KT가 아주 오래된 약관만 따랐을 뿐, 소상공인에 대한 회사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저 국민적 여론을 의식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과실 입증 가능··· 소상공인, 소송 시간과 비용 감당 힘들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이 과학기술정부통신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KT 아현국사는 2015년 11월부터 C등급 국가통신시설임에도 불구하고 D등급으로 축소 분류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36조 제2항을 위반했다.

KT 아현국사는 2015년 원효국사와의 통합으로 통신재난 범위가 3개 자치구에 해당돼 C등급으로 상향했어야 했다. 2017년 중앙국사와 통합하고 2018년 광화문국사와 추가 통합해 통신재난범위가 서울의 4분의1 이상으로 확대됐음에도 여전히 D등급으로 축소 분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를 비롯해 시만단체는 화재 피해 보상은 위로금이 아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민법 특별손해배상규정에 따라 영업 피해와 정신적 피해 보상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엄 변호사는 “KT는 D등급 누락으로 소위 눈속임을 했고. 유사시 통신서비스가 마비됐을 경우 우회로 개설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는 과실중에도 중대한 과실에 해당된다”면서 “불법행위 책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수의 전문가들은 KT가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소상공인 단체와의 피해공동조사 협의체 구성 등 향후 ‘제2의 아현지국’ 사태 예방을 위한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용명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이번 KT 화재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KT의 관리부실로 인한 과실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소송으로 가게 되면 감정 절차를 비롯해 전체 소송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 소상공인들에겐 그만큼 가혹한 시간”이라고도 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분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도 기업의 결단이 있기에 가능했다. KT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에서도 팔을 걷고 나선다면 후속 조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인 조형수 변호사는 “정부는 이번 KT 사태에 굉장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전 부처가 힘을 합치면 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도 진행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KT도 전향적인 자세로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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