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트럼프에 널뛰는 뉴욕증시…美 조기 침체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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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윤은숙 기자
입력 2018-12-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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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리스크' vs '트럼프 풋'…불확실성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로마신화의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졌다. 두 개의 얼굴은 각각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 시장에서는 악재와 호재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즘 야누스 같은 얼굴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셧다운(미국 연방정부 일부 폐쇄), 중앙은행 흔들기 등으로 강력한 투매를 촉발하다가 돌연 유화적인 발언으로 다시 투자자들을 불러 모은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이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월 취임했을 때 월가에서는 뉴욕증시가 강세장 끝물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역풍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반등해 강세장을 지속한 만큼 랠리가 끝날 때가 됐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올여름 사상 최장기 강세장 기록을 새로 쓸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기업 감세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정책이 촉매가 됐다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트럼프 자신도 증시 랠리를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뽐냈다. 

연초 금리인상 우려로 잠깐 부침이 있었지만 상황이 완전히 반전된 건 올 10월, 4분기 들어서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가 번지면서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란이 일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낸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게 직격탄이 됐다.

주목할 건 IMF가 성장둔화 전망의 배경으로 무역전쟁을 문제삼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한 셈이다. '야누스' 트럼프의 또 다른 얼굴이 공식적으로 시장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시장의 최대 악재로 떠오른 '트럼프 리스크'는 유례없는 투매 바람을 일으켰다. 뉴욕증시 간판인 S&P500지수가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로는 역대 최악의 낙폭(2.71%)을 기록했을 정도다. S&P500을 비롯한 주요 지수는 거침없는 하락세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12월을 상기시켰다.

그 사이 트럼프는 민주당의 반대에 맞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편성을 주장하며 올해 세 번째 셧다운 사태를 일으켰고,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판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설을 촉발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크리스마스에 하루 쉰 뉴욕증시는 26일 대반전을 일으켰다. 다우, S&P500, 나스닥 등 주요 지수 상승폭이 5% 안팎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진 강세장 가운데 가장 컸다. 특히 다우지수는 1086.25포인트(4.98%) 올라 하루치로는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시장 발언이 주효했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미국 증시가 하락한 건 투자자들에게 절호의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들이 있는데, 다들 잘하고 있다"며 "지금이 주식을 살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이 증시를 부양하는 '트럼프 풋(Trump put)'이 된 셈이다. '풋'은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파생상품인 '풋옵션'에서 따온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서 최근 확산된 제롬 파월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경질설을 일축한 것도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미·중 무역협상이 내년 1월 둘째 주에 중국 베이징에서 공식 재개될 것이라는 블룸버그의 보도도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 트럼프 리스크가 대거 가라앉은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언제든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장기화 불사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시한인 내년 3월 1일까지 돌파구가 마련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마이클 스트레인 미국기업연구소(AEI) 경제정책연구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불확실성' 탓에 시장이 진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그는 "투자자들은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지금 경제 지표들은 좋지만, 몇 년 안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더 거세지면 침체 시기도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도 기업부채 증가 등으로 경제불안이 커진 상황에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 빚어내는 혼란이 맞물리면 침체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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