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조어] '포미족'은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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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8-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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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 최근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A씨는 자신이 머문 호텔에서 ‘인생템’을 발견했다. 눕기만 해도 온몸에 착 감기는 포근한 구스다운 이불이다. 구스다운 이불로 모처럼 꿀잠을 맛본 A씨는 귀국하고 100만원이 넘는 고가 이불을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 업체에서 20~50대 1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자신을 위해 지출했다는 사람이 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녀를 위한 지출이 39%, 부모님과 연인을 위한 지출이 25%로 그 뒤를 이었다. 

나만을 위해 가치 있는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포미족(For Me+族)'이라 부른다.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자신에게 가치 있는 제품이라면 비싸더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포미족이다. 포미족은 부양할 가족이 없고 자신만 챙기면 되는 1인 가구에서 많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는 과시형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자기만족을 위해 건강·뷰티·여행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련 업계는 느슨해진 포미족의 지갑을 겨냥해 다양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호텔업계는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겨냥해 1인 패키지 '호캉스(호텔로 바캉스를 떠나는 것)' 상품을 내놨다. 홈쇼핑 업계도 고급형 자기관리 제품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업체들의 마케팅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30만원대 고가 화장품의 하루 매출이 7억원에 달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거위털 침구세트는 10억원어치 팔렸다. 소비시장에서 포미족의 입지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미족을 향해 '사치스럽다'고 지적한다. 고가 제품이나 여행 상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니 표면만 보면 그들의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포미족은 자신에게 가치 있는 제품일 경우에만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게 특징이다. 자신에게 가치가 없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품은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도 포미족이다. 오롯이 자신이 추구하고 최대한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서만 지갑을 열기 때문에 단순히 '사치'라는 단어로 치부할 수 없다. 

어쩌면 진정한 '절약'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의 만족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자기 자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현실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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