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차등의결권·무배당'도 용서하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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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12-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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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조원짜리 회사를 지분 20%로 굴리려면 불안하지 않을까.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50년 이상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렇게 경영해왔다. 회사 시가총액이 565조원에 육박하지만 지분율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도 경영권은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차등의결권 덕을 많이 봤다. 버핏은 일반주식(클래스B)보다 의결권을 1만배 많이 주는 차등주식(클래스A)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버핏이 보유한 지분은 30%를 넘어선다.

이거 말고도 다른 주주가 싫어할 만한 점은 또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현금보유액이 올해 9월 말 기준 117조원에 달했지만 배당으로는 1원도 안 줬다.

그래도 주주 대다수는 돈을 잘 버는 버핏을 신뢰한다고 한다. 실적이 불어나 주가가 많이 뛰면 배당금을 안 줘도 그만이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많은 7조7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미국 증권방송인 CNBC는 "기적에 가깝다"라고 표현했다. 버핏이 배당보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 가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적 못지않게 소통도 중요했다. 해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찾는 주주는 5만명을 넘나든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6시간가량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미리 질문을 이메일로 모아 대답하는 식이다. 물론 현장에서도 질문을 받는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주총장에서는 보기 어렵다. 주주가 보낸 공개서한을 무시하는 상장사도 적지 않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한 자산운용사는 얼마 전 A사에 임시 주총 개최를 요청했다.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회사는 주총을 열지 않았다. 자산운용사는 다시 회사 대표에게 만나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이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지분은 주총 소집요건을 충족하는 데도 그랬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보폭을 넓히고 있어서다. 얼마 전에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불리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집했다. 차등의결권 도입론자는 이런 사모펀드로부터 회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학계나 시민단체도 창업기업(스타트업)에 한해서는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걸로 안다. 그런데 큰 회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나 많은 주주가 동의해줄지 의문이다. 소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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