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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커스] 덜 푼 숙제라는 IFRS

강민수 기자입력 : 2018-11-29 18:44수정 : 2018-11-29 18:44

[증권부 강민수 기자]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실제로 국제적인 위상이 그렇다. 스위스 국제개발경영연구원은 1년 전 회계투명성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63개국 가운데 꼴찌로 꼽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금융당국이나 회계법인, 기업뿐 아니라 국제회계기준(IFRS) 자체도 이유로 꼽힌다. IFRS는 도입한 지 7년째인 지금까지도 오락가락해온 유권해석 때문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사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얼마 전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다시 분류하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 IFRS가 허용하는 재량권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재분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박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세우는 근거도 IFRS다. 물론 재량권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중경 회장은 얼마 전 IFRS를 '아직 덜 푼 숙제'에 빗댔다. IFRS를 도입하기 전에 쓰던 우리 회계기준은 규칙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규정했었다. 반대로 IFRS는 원칙 중심으로 큰 틀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주지는 않는다. 즉, 기업 회계처리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얘기다. 증선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입장 차이 역시 자율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서 비롯됐다.

물론 IFRS 자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일으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증선위 감리위원인 이한성 고려대 교수는 "회사 사정에 따라 아무렇게나 회계하자는 것이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도 IFRS에 요구되는 상위원칙으로 '경제적인 실질 반영'을 꼽았다. 실제가치를 왜곡하는 수준까지 재량권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IFRS가 7년 넘게 정착하지 못한 점은 다시 살펴봐야 하겠다. 애초 IFRS가 태어난 곳은 유럽이다. 우리와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 보완책이 필요했었다. IFRS를 도입한 이래 STX와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모뉴엘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분식회계 사건을 일으켰다. 거의 해마다 비슷한 사건이 터지지만 징계 위주로만 해법을 찾아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도 일부 관계자와 관련기관만 책임지고 끝날지 모른다. '제2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벌써 걱정스러운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폐지하고, 회계처리를 도왔던 삼정·안진회계법인만 징계한다고 회계투명성이 덩달아 좋아지지는 않는다. 김동현 법무법인 태평양 회계사는 얼마 전 이렇게 꼬집었다. "IFRS는 끊임없는 선택과 판단을 요구하지만 잣대나 지침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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