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풍미에 빠진 중국...한국도 기회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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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최예지 기자
입력 2018-11-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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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력 향상으로 수제맥주 수요 늘어...5년새 10배 증가

  • 칭다오·화룬쉐화·주장 등 고급화로 침체된 시장에 활력

[사진=바이두]


중국 직장인 왕펑(王峰)씨는 매주 금요일 집 근처 수제 맥주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신 후 집으로 들어간다. 본래 해외 맥주를 즐겨 마시던 그는 지난해 중국산 수제 맥주에 눈을 뜬 후부터 더 이상 해외 맥주를 찾지 않는다.

대학생 저우융취안(周永泉)씨도 마찬가지다. 몇 달 전부터 중국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수제 맥주를 주문해 마시거나, 수제 맥주 브랜드의 제품을 일부러 찾아 마신다. 그는 "일반 맥주에 비해 향이 풍부한 수제 맥주의 매력에 빠졌다"며 "주변에도 나와 같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수제 맥주를 찾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력의 향상으로 맥주 소비 기준이 제조과정·맛·향 등 품질 측면으로 변화하면서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수제 맥주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

해외 맥주에 밀려 성장세를 마감한 중국 맥주업계도 이에 따른 고급화 전략 아래 수제 맥주 전문 브랜드를 내놓으며 전성기 시절 활기가 되살아 나고 있는 모양새다.

◆수제 맥주 소비량 5년새 10배 증가··· 전문 브랜드도 급증

중국 경제전문일간지인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최근 차이나크래프트비어어워즈(CCBA)위원회의 데이터를 인용, 중국 수제 맥주 업계가 2015년 이후 연평균 40%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의 맥주 소비 트렌드가 수제 맥주로 변화하면서 해당 시장의 잠재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CCBA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에서 프리미엄 맥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제 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 내 수제 맥주 브랜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첸잔산업연구원(前瞻產業研究院)에 따르면 중국의 수제 맥주 소비량은 2011년 3만8000kℓ에서 2016년 39만kℓ로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수제 맥주 전문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에는 17개의 브랜드가 출시된 반면 2017년에는 상반기에만 326개 브랜드가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제 맥주 브랜드는 800개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진=바이두]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브랜드도 다수 존재한다. 이 중 중국 대표 수제 맥주 제조 및 판매업체로 꼽히는 드림브루어스(夢想釀造)는 2015년 문을 열어 3년 만에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100밀리언 페일에일(100 Million Pale Ale)’과 ‘올드 드라이버 아이피에이(Old Driver IPA)’를 독자적으로 제조해 대리점에 납품하거나 자사의 수제 맥주 전문 프랜차이즈 드림브루어스에서 판매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천카이(沈愷) 드림브루어스 창업자는 “2015년만 해도 중국 내에서 수제 맥주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도 많이 늘어나고, 거리에서 수제 맥주바도 쉽게 볼 수 있다”며 “수제 맥주 인기에 힘입어 드림브루어스도 지난 10월 중국 주식시장에서 3000만 위안(약 48억7000만원)을 투자 받았다”고 밝혔다.

◆칭다오·화룬쉐화·주장 대형 맥주업체 고급화 전략, 수제 맥주 성장 이끌어

사실 중국 맥주 업계는 2014년 20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 감소를 겪은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성장 둔화세를 보이며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중국인들이 소비 수준 향상에 힘입어 저렴한 중국산 맥주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질이 좋은 해외 맥주를 찾은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때, 중국 대표 맥주 기업인 칭다오맥주와 쉐화(雪花) 맥주로 알려진 화룬쉐화(華潤雪花)가 다양화·고품질 전략을 내세우면서 업계 성장 돌파구가 마련됐다.

왕샤오보(王少波) 칭다오맥주 전략투자관리부장은 중국 경제매체인 경제일보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맥주 업계의 침체기를 맞아 칭다오맥주는 2014년부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라거와 더불어 프리미엄 라인인 순생(純生)맥주, 흑맥주, IPA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고 전했다.

화룬쉐화는 3년째 프리미엄 라인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에도 기존 자사 제품보다 4배가량 비싼 '슈퍼엑스(SuperX)'를 출시하고,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브랜드명을 표기하지 않는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 맥주 전통 기업들의 적극적인 고급화 전략이 수제 맥주 시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맥주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도 해외 맥주 못지않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이는 중국산 수제 맥주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대형맥주 업체들이 일찌감치 수제 맥주 제품을 출시해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10대 맥주 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주장(珠江)맥주는 2015년 6월 쉐바오(雪堡) 수제 맥주를 출시했다. 칭다오맥주도 같은 해 12월 수제 맥주 브랜드 취안마이(全麥)를 출시하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바 있다.

중국 경제일보는 “대형 맥주 업체의 활약으로 위기에 빠진 맥주 업계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주류업계 고급화 바람 힘입어 韓 주류업계도 활로 모색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이 국내 주류업계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수제 맥주 브랜드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중국 주류시장 내 점유율이 높지 않아 수입맥주나 다른 주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으로 소비층이 확대되고 주류의 종류와 품질 다양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 국내 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 맥주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맥주의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4983만 달러(약 563억790만원)를 기록했다. 올해 1~8월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5% 증가한 6533만 달러를 기록, 올해 총 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류빈 코트라 중국 우한무역관 연구원은 “중국의 수입 맥주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산 맥주나 전통주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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