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최초 유전자편집 아기 출산 '논란', 환구시보 "기본 윤리에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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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11-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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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남방과기대 부교수 26일 "에이즈 면역 가진 유전자 편집 쌍둥이 출산"

  • 진위, 윤리 문제 등 논란 확산... 환구시보 "비윤리적, 관련 입법 강화해야"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부교수.[사진=바이두]



공상과학(SF) 영화에서만 보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일까.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법적, 윤리적 문제는 물론 부작용,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시작된 것. 중국 관영언론도 "과학적 성취만을 위한 기본적인 윤리를 어긴 행위"라며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허젠쿠이(賀建奎) 남방과기대 생물학과 부교수는 홍콩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인류유전자편집회의 개회 전날인 26일 HIV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쌍둥이 루루(露露)와 나나(娜娜)가 11월 중국에서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밝혔다. 불임치료를 받은 일곱 커플이 만든 배아에 대해 유전자 편집을 했고 이 중 한 커플이 출산에 성공한 것. 해당 소식은 중국은 물론 세계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아이들의 신원이나 연구 장소 등이 공개되지 않았고 연구 성과가 학술지에 발표되거나 별도의 검증작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으로 진위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여기에 윤리적, 법적 논란도 커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이날 사평을 게재하고 비판적인 논조를 펼쳤다. 신문은 "언론 편집부의 유전학에 대한 지식은 제한적이지만 해당 분야에서의 모든 행위는 최대한 인류 사회에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소수 단체의 이익을 인류 안전과 이익보다 우선시해서는 안되며 허젠쿠이의 행동은 이러한 윤리를 위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중국은 물론 다수 국가의 과학자들이 잇따라 성명을 통해 해당 실험을 비난하거나 논평을 보류하는 상황"이라며 "유전자 편집이 두 아이들에게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또 절차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논란 이유"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과학적 성과를 위해 두 생명을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구시보는 "에이즈에 걸릴 위험이 없는 아이들의 유전자를 편집한 것은 이번 실험이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종 수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과학적 성과를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실험 성공 사실을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플랫폼이 아닌 대중 매체 앞에서 공개한 것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환구시보는 "허젠쿠이가 기본도 모르는 것"이라며 "중국은 과학연구 관련 입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122명의 중국 과학자들이 26일 즉각 허젠쿠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해 다행이라며 이들이 중국 과학자의 집단 윤리의식 수준을 대표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21세기경제보도도 26일 관련 소식을 전하며 해당 실험을 둘러싸고 △ 안전문제 △ 법적 허용문제 △ 진위여부와 상업적 홍보 등과 관련해 논쟁이 일고 있으며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허 부교수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논란과 관련해 "역사가 윤리적으로도 내가 맞다는 사실을 입증해줄 것"이라며 "많은 가정의 부모들이 자녀들이 유전병으로 고통받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최근 고속성장 중인 유전자 편집 기술은 대부분 체세포 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며 암 등 불치병 치료에 활용하는 실험이 활발하다. 하지만 생식세포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은 미래 세대와 인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금기시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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