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의 글로벌기업 톺아보기] 셰브론 재평가 될때?…유가 변동성에 주의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기자
입력 2018-11-09 00: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3분기 호실적 발표와 생산량 증가 계획 발표 등으로 최근 주가 상승

  • "공급과잉·세계경제 둔화 우려 등으로 유가 변동성 커질 가능성 높아"

 

[사진=셰브론]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 분야 기업들에 대한 전망도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무역전쟁과 이란에 대한 제재가 겹친 상황에서 셰브론이나 엑손 같은 기업들에 대한 미래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경제적 변수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부상 및 재생에너지의 증가 그리고 기후변화 등 미래 산업의 변화도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 변동에 영향을 주는 변수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세계 양대 에너지 대장주…유가상승 호재 이제야 반영 

셰브론은 엑손과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에너지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다우지수에 포함돼 있다. 셰브론과 엑손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성적을 내며 주목을 받았다. 이달 초 발표된 두 기업의 실적은 4년래 최고를 기록하면서, 2014년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으로 침체돼왔던 분위기를 털어냈다. 이날 셰브론의 주가는 3.2%나 상승했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가 다음날 셰브론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면서 다음 날에는 주가가 3.5%나 뛰었다. 

실적 발표 전 전문가들은 셰브론의 주당순이익은 2.06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수익(revenue)은 427억9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셰브론의 주당순이익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2.11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익 역시 440억 달러에 달한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석유 생산은 1년 전에 비해 9% 정도 늘면서 하루 296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2분기에 비해서도 훨씬 개선된 것이다. 

이처럼 수익이 늘어난 것은 최근 들어 유가가  회복세를 보인 덕이 크다. 최근 1년 동안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1년간 셰브론의 주가는 4.02%나 하락했다. 마켓워치는 "그동안 투자자들은 셰브론이나 엑손과 같은 기업들의 실적 및 주가에 대해 많이 실망해왔다"면서 "게다가 이들 기업의 생산량은 최근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원유 가격의 상승과 함께 3분기 들어 셰브론을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려왔다. 셰브론 임원인 마이클 워스(Michael Wirth)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번의 실적 개선은 생산량 증가뿐만 아니라 유가 상승과 함께 생산성과 효율성이 개선된 덕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셰브론은 최근 세계적으로도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원유생산 지역인 텍사스와 뉴멕시코에서의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 안정적 현금흐름·배당이 장점…정유 부문 실적 개선 기대 

셰브론 주식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으로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커지는 유가 변동성은 주식에 대한 전망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는 진단했다. 지난달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유의 가격은 다시 11% 정도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 2016년 7월 이후 최고의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너지 주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전문지 배론은 "지난 1년은 에너지 부문 투자자들에게 힘든 시간이었다"면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ETF의 수익률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경제성장 둔화와 공급의 증가 그리고 미국 원유생산 지역의 인프라 부족 등이 주가 상승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웰스 파고의 로저 리드는 에너지 주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배런은 전했다. 현재 셰브론의 주가는 120달러 전후지만, 리드는 목표주가를 2020년까지 158달러로 잡고 있다. 그는 지난 2월에도 셰브론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생산력의 개선, 합리적인 자금 통제, 그리고 자본 유연성의 개선이 배당금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자사주 구매를 재개한 것 역시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셰브론은 3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셰브론의 배당금 지급 비율이 올해 현금유출(CFFO)의 26%를 차지할 것으로 보았으며, 향후 생산의 증가, 수익의 개선과 주가상승 등으로 주주가 얻는 이익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 분야의 성장 가능성도 셰브론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16년 10월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을 체결, 2020년부터 전 세계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연료유 황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감축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는 결국 가격이 더 비싼 정제유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셰브론은 IMO와 관련된 투자가 계획된 것은 없지만, 리드는 정제유와 비정제유 사이 가격 차가 벌어지면서 얻는 이익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전문매체인 잭스닷컴도 다음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셰브론의 주가가 더 오름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량의 증가가 실적도 함께 밀어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2월 1일에 발표 예정인 셰브론의 4분기 실적은 주당이익(EPS) 2.56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도 분기에 비해 무려 250.68%가 상승한 것이다. 수익은 447만900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19.07%가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 유가변동성이 여전히 악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심한 유가는 정유주에 여전히 악재로 남아있다. CNBC에서 '매드 머니'를 진행하고 있는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유가가 정말 오를 것이라고 본다면 에너지 주에 투자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면서 최근 엑손과 셰브론 상승세 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증시 전문가인 스테판 길포이는 투자전문매체인 더스트리트 기고문에서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의 상황은 당시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길포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주요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도 텍사스와 뉴멕시코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킬 계획이다"라면서도 이란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가 시장의 균형을 잡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산유국들의 생산량 증가 탓에 투자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7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9%(0.54달러) 떨어진 61.67달러를 기록했다.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재고도 늘었다는 소식이 이날 유가 하락을 자극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PA)은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1160만 배럴을 기록했고, 지난주 원유재고도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거의 두 배 이상인 580만 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이란에 대한 원유제재에서 8개국 예외가 인정되면서 수급 부족 우려는 다소 완화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달 이란의 원유 수출이 하루 100만∼150만 배럴을 넘지 못할 수 있지만, 일부 아시아 원유 수입업체들이 조만간 이란산 원유 주문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원유 생산국들의 입장도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지난달 말 원유 재고 증가와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년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블룸버그의 보도가 나왔지만, 반면 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타미르 가드반 석유장관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내달 OPEC 회의 전 대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변화를 가늠하기는 힘들며, 이라크는 내년 생산량을 하루 평균 40만 배럴 정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가 변동성은 에너지 주에는 가장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아직 이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이라면 유가 추이를 좀더 지켜본 뒤 투자해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짐 크레이머는 '매드머니'에서 "지금 에너지주들의 장밋빛 전망은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