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광주형 일자리가 무엇인가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윤신 기자
입력 2018-11-02 15:2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난 1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가운데)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진행된 원탁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고 있다던데요. 그게 무엇인가요?

A.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지역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안해 추진 중인 사업이에요. 윤장현 전임 광주시장 시절부터 추진돼오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개념은 고임금 제조업으로 여겨지는 완성차 공장을 짓되, 임금을 절반으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공장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임금을 낮춰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만들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해내는 거죠. 광주시는 연산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유치하면 직간접 고용을 포함해 ‘연봉 4000만원 일자리를 1만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완성차 공장을 선택한 이유는 고임금 산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에요. 현재보다 임금을 대폭 낮추더라도 충분히 양질의 일자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현대자동차의 평균임금은 9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절반 수준만 되더라도 4600만원에 달합니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기업인 ‘현대차’의 투자 유치를 도모하고 있어요. 전체 사업비 7000억원 중 530억원을 내 2대주주로 참여하라는 겁니다. 이를 통해 현대차의 생산물량을 배정받을 계획이죠. 이 공장에서 완성되면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위탁생산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Q.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현정부 최대의 과제인 ‘일자리 만들기’ 사업임에도 진척에 어려움을을 겪어왔어요. 지난 6월 초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이 ‘현대차가 사업 참여 의향서를 냈다’고 밝히며 빠른 전개가 예상됐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죠.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 9월 갑작스레 ‘광주형 일자리’ 불참을 선언했어요. 광주시가 현대차와 투자협상을 진행하며 광주형 일자리를 왜곡했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계의 참여가 없이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노동계 설득에 나섰고 지난달 25일부터 ‘원탁회의’를 열고 투자협상을 진행해 현대차 투자협상체계를 재구성키로 합의했어요. 지난 1일에는 광주 노동계와 광주시가 노정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제 문제는 현대차가 수정된 투자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에요. 광주시는 지난 30일부터 현대차와 협상에 나섰고 다음주 쯤이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Q. 현대차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던데요.

네. 그렇습니다. 현대차와 광주시가 협상을 이어가는 와중에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어요.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1일 낸 성명에서 ‘국내공장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냈고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빼앗기’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어요.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의 협상 당사자가 아니지만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노조의 반대는 투자를 고민하는 현대차에게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대차 노조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성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다고 파업을 실시할 경우엔 제 살을 깎아먹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완성차 업체의 실적부진으로 인해 협력업체가 줄 도산하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Q. 해외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나요?

A. 광주형 일자리 사업 자체가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모델을 벤치마킹 한 것이에요. 독일은 1990년대부터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많은 완성차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었어요. 이런 가운데 폭스바겐은 2001년 ‘아우토 5000 협약’을 통해 독일 내에 새 공장을 짓고 실업자 고용과 생산성 연동 임금제를 도입하고 ‘워크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죠. 아우토 5000 협약은 실업자 5000명을 고용해서 기존 근로자 대비 임금이 20% 낮은 5000마르크를 지급하는 신공장을 건설하게 한 협약이에요. 폭스바겐은 2001년 독립자회사로 Auto 5000 GmbH를 설립하고 투우란과 티구안 등을 생산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했어요.

Q. 광주형 일자리, 성공할까요?

A. 광주형 일자리 사업모델이 성공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모두 정체됐고, 특히 자동차 업종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하나의 혁신 실험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현재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금방 무너져버릴 것이란 위기감이 큰 상황이죠. 뭐라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대차 노조가 무작정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실험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