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간장게장은 귀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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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8-10-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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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우리는 간장게장을 두고 흔히 밥도둑이라고 한다. 노르스름한 장이 담긴 게 껍데기에 밥을 비비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게장 마니아’로 알려진 서거정은 ‘눈 내린 강 언덕에 얼음 아직 남았는데/ 이 무렵 게장 가격은 더욱 비싸구나/ 손으로 게 발라 들고 술잔을 드니/ 풍미가 필탁(중국 진나라 시인)의 집게를 이기는구나’라며 노래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7세기부터 게장을 천제를 지내며 하늘에 바치는 음식으로 여길 정도였다. 

조선시대의 가정 살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규합총서’에는 ‘항아리에 쇠고기 조각을 넣은 뒤 살아 있는 게를 넣고, 하룻밤 지나 게가 쇠고기를 모두 먹어 치우면 간장을 부어서 게장을 담갔다’고 기록돼 있다. 살코기를 듬뿍 머금고 게장으로 탄생한 게라니 그 맛은 얼마나 달고 맛있을지 상상이 간다.

뱃사람들은 작업량이 많다 보니 게장을 간장으로 담그지 않고 꽃게를 잡아 배딱지 쪽을 열어서 새우젓으로 간을 해 게장을 담가 먹기도 했다. 소금을 뿌려 게장을 담백하게 담가 먹기도 하며, 꽃게의 순수한 맛을 느끼고 싶을 때에는 새우젓이나 소금에 담가 먹었다.

이렇듯 게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담글 수 있는데, 지역별로는 경상도·전라도·제주도 지방의 게장이 유명하다. 경상도의 ‘참게장’은 다음해 여름 반찬으로 쓰기 위해 가을철 집집마다 마련해두는 음식이다. 전라도의 ‘벌떡게장’은 바닷게를 토막 쳐서 담그거나 작은 것을 통으로 사용한다. 살아서 벌벌 기는 것을 탁탁 끊어서 양념장을 부었다가 하루나 이틀이 지난 뒤에 먹는다. 맛이 달고 신선하나 오래 저장을 못하기 때문에 벌떡 먹어 치워야 한다는 의미로 ‘벌떡게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싱싱한 꽃게는 무게가 무겁고 배딱지 부분이 하얀색이고, 등껍데기가 거칠고 반점이 없다. 게장을 담글 때는 게가 간장을 듬뿍 먹도록 하기 위해서 살아 있는 게를 써야 한다. 조리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꽃게 위에 파, 마늘, 생강을 넣고 끓인 간장을 식혀서 듬뿍 붓는다. 2~3일 뒤 간장을 따라내 다시 끓이고 식혀 붓는데, 이걸 3회 반복하는 걸 ‘삼벌장’이라고 한다. 남은 간장물은 장조림으로 활용하거나 물김치에 활용하기도 한다.

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소화하기 좋고 담백하며,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특히 게의 알에는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방지에 좋고, 간장과 심장을 강화시키는 타우린이 450mg까지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 매우 유용하다. 타우린은 감칠맛을 줄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역할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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