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검은 수요일' 패닉…'내우외환'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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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10-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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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장기국채 금리 급등에 세계 경제 성장둔화 우려까지

[사진=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한 건 '내우외환'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상승과 재정악화 등을 둘러싼 우려와 신흥시장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美경제는 빙산 향해 폭주하는 '타이태닉'"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낙폭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컸다. 당시에도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가 돋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악재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날 작용한 악재도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임계치인 3.5%를 향해 급등한 게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채권은 고정수익을 보장하는 안전자산이다. 물가가 올라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의 가치도 하락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이 국채 투매에 나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금리가 오른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을 부채질하고, 이는 증시를 향한 유동성 흐름에 제동을 걸기 쉽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독보적인 성장세가 제 발등을 찍은 셈이라고 지적한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파워런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경제가 전속력으로 빙산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확장세가 결국 통화정책 기조가 과도하게 긴축되는 동시에 재정정책이 2020년 재정장애(fiscal drag·세수 초과나 재정지출 축소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로 바뀌면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가 그동안 통화·재정부양 정책으로 강력한 확장세를 뽐냈지만, 곧 통화·재정긴축으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마이너드는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끝나면 증시가 고점에서 40% 추락하고,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신용스프레드)도 극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는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신용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너드는 뉴욕증시의 이날 급락세가 단기적으로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금리상승과 맞물린 주가 하락은 1987년 10월 일어난 뉴욕증시 폭락사태, 이른바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경제 성장둔화 등 외부 악재도 발목

외부 악재도 만만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낸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로 성장둔화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IMF는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지난 7월의 3.9%에서 3.7%로 낮췄다. 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2년여 만에 처음이다. IMF는 무역갈등 고조,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 등을 이유로 꼽았다. 어찌보면 둘 다 미국에서 비롯된 악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정책과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가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신흥시장을 둘러싼 성장둔화 우려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발 무역전쟁 우려로 내수 둔화 우려가 가중됐다. 중국이 세관 단속을 강화했다는 소식은 이날 다국적 소비재, 명품 기업들의 주가를 추락시켰다. 미국 명품 보석 업체 티파니는 10% 넘게 떨어졌고, 나이키는 7% 가까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 전망이 아직 탄탄한 만큼 뉴욕증시의 강세장이 당장 약세장으로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강세장이 워낙 오래 지속됐고, 미국 안팎으로 악재가 많아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CNBC는 이날 현재 S&P500지수를 구성하는 505개 종목 가운데 66%인 332개 종목이 이미 1년 고점에서 10% 이상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190개 종목은 낙폭이 10~20%에 이르고, 인텔·페이스북·트위터를 비롯한 120개 종목은 20% 이상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CNBC는 전했다. 특히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술주 65개 종목 가운데 80%인 52개 종목이 조정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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