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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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10-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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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경제 악영향···원·달러 환율 2개월래 최고치, 코스피·코스닥은 연중 최저치

[사진=연합/로이터]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되지만 취약 신흥국에 악영향을 주게 돼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도 크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원 오른 11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1109.30원에 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은 10월 들어 줄곧 상승세를 나타내며 1130원 선 중반까지 뛰어오를 기세다. 이는 지난 8월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300억원 이상, 코스닥 시장에서 47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22포인트(1.12%) 내린 2228.6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9.65포인트(2.56%) 내린 747.50으로 마감했다.

◆복잡해진 대외환경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투자자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화 강세가 이유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0.13% 오른 95.74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수 상승은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

이 같은 달러화 강세 이유는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나선 것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외에도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신흥시장 금융 불안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전이되면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한 것도 달러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달러화의 꾸준한 강세에 미국의 실적 호전까지 이어지면서 국제투자자금의 미국회귀 흐름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위험시장인 신흥국에서 안전시장인 선진국으로 유(U)턴하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


◆中 환율조작국 지정 환율 변동성 키워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벤트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제출하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 및 환율 관찰대상국을 발표한다.

지난 4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하지만 이달 15일을 전후로 발표될 보고서에서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중국과의 무역갈등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기준은 참고일 뿐으로, 실제로는 정치적 타협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쇼일 뿐이지만 쇼의 감동을 고조시키고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위협은 극단 직전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해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경우는 교역촉진법의 세 가지 지정 요건을 만족하거나 종합무역법에 따라 재무부 장관이 환율조작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라며 "금융시장 불안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현 시점에서 강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强달러, 우리나라에는 '득' 아닌 '독'

달러화의 강세는 우리나라 수출상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긍정적인 효과보다 리스크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가의 금융시장 불안이 인도네시아 등 금융시스템이 취약한 다른 국가로 전이 중이고, 이는 우리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 달러 강세로 우리 수출경쟁력에 일부 긍정적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신흥국 경기 침제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수출구조는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까지 누적 신흥국 수출액은 1725억 달러로 총수출의 58.0%를 넘어선 상태다.

정 연구위원은 "경상수지가 적자이며 GDP 대비 부채 수준이 높은 신흥국에 수출 비중이 높을 경우 주문 취소 및 감소, 재고 처리 등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브라질, 터키,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로 금융 및 실물경제가 급변할 수 있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경기가 침체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수출 변동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며 "미 금리인상에 취약한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클 경우, 수출시장을 보다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말 환율 약세 vs 강세 대립

전문가들은 4분기 환율에 대해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달러 강세 속도는 점차 조절돼 연말에는 108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내세운 배경으로는 △중국과 신흥국, 유럽의 경기 개선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종료에 따른 신흥국 통화 및 유로화 가치 상승 △미 기준금리 인상 후 달러화의 약세 반전 △미·중 무역분쟁의 결론은 달러화 약세, 위안화 평가절상 여건 조성이다.

반면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을 1127원으로 전망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연준의 통화긴축 지속 △유럽연합과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난항 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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