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뛰어든 '고성능차 전쟁' WRC·WTCR로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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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구 기자
입력 2018-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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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자동차 제조사들이 열광하는 모터스포츠의 세계

현대모터스포츠[사진=현대차 제공]


메이저 모터스포츠 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신설 대회인 '월드 투어링카 컵'(WTCR)에서 동반 우승을 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모터스포츠 세계에 뛰어든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글로벌 톱 5의 양산차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현대차로서는 고성능차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4년 WRC 본격 진출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TCR 무대에 뛰어들었다.

2014년 당시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는 이미 폭스바겐, 포드, 시트로엥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부터는 폭스바겐 대신 도요타가 다시 참가하는 등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2017년부터 현대차가 진출한 TCR(투어링카 레이스) 분야는 완성차 업체가 직접 팀을 꾸려 진출하는 방식이 아니지만 완성차 업체간의 실질적인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WRC에서 이미 경쟁을 펼치고 있는 폭스바겐, 포드뿐만 아니라 아우디, 세아트, 혼다 등 더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 모터스포츠, 브랜드 이미지 각인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모터스포츠가 가진 의미와 선진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나아가 판매촉진에도 작지 않은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의 역사는 1886년 태어난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의 역사에서 멀지 않은 시점에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는 1894년 프랑스 신문사 '프티주르날(Le Petit Journal)' 주최로 파리-루앙 간 126km 구간에서 시작됐으며, 이 당시만 해도 속도나 완주 시간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느냐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겨루는 수준이었다.

이후 잦은 사고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주최자에 의해 자동차의 크기나 성능을 규제하는 레이스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메이커들이 자사의 차량을 통해 레이스에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

칼 벤츠가 최초의 자동차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보잘것없는 성능을 갖췄던 자동차는 기술의 발전으로 수 년 만에 100km/h 이상의 속도를 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이를 사업의 기회로 여긴 자동차 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때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벤틀리, 부가티, 알파 로메오, 애스턴 마틴 등의 완성차 메이커들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남아있으며, 이들 업체의 자동차는 고성능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로 남아있다.

이처럼 모터스포츠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를 갖춰 끊임 없는 관심을 받아온 종목이고, 자동차 업체들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단이 되면서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두게 됐다.

◆ 미국프로풋볼리그 결승전과 맞먹는 인기

특히 미디어의 기술력이 극도로 발달한 현재에 모터스포츠를 통한 광고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경주 대회의 대명사격인 ‘포뮬러1(F1)’ 경기는 1년에 약 20여 회의 레이스를 진행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2억명 이상, 많게는 6~7억명이 시청을 하기도 한다.

F1과 함께 자동차 경주의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는 WRC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F1보다 인지도가 낮지만, 연간 약 8억명이 시청할 정도의 인기 스포츠다.

이는 한 경기 기준으로만 봐도 세계적인 인지도의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나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과 맞먹는 인기다.

일례로 24시간 내구레이스가 펼쳐지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는 평소에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경기가 있는 주에는 평일부터 현장에서 관람을 원하는 관중들이 약 30만명씩 몰려 텐트를 치고 몇 일씩 묵으면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미디어 노출 효과(광고 효과) 측면에서도 WRC의 광고 효과는 약 6400억원으로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의 약 6배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나 FIFA 월드컵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와 같은 대단한 파급효과로 인해 모터스포츠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광고효과를 노리는 다양한 업체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모터스포츠의 종류는 분류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나눠지지만, 출전 자동차의 종류에 따라서는 F1처럼 레이싱을 목적으로 특수 제작된 차량으로 출전하는 레이스와 WRC나 WTCR처럼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 튜닝카로 출전하는 레이스로 나뉜다.

장소에 따른 구분으로는 서킷과 같은 포장된 도로에서 진행하는 ‘온로드 레이스’와 비포장도로나 산악도로에서 펼치는 ‘오프로드 레이스’가 있다.

 


F1과 WTCR, 미국의 NASCAR(나스카) 등은 온로드 레이스이며, WRC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모두 치뤄지는 대회다.

참가자 제한에 따른 분류도 있다. F1이나 WRC처럼 완성차 제조사가 직접 대회에 출전하는 형태의 ‘웍스 모터스포츠(Works Motorsports)’, WTCR처럼 제조사는 경주차를 제작해 공급하는데 그치고 경기 참가는 일반인이나 프로팀만 가능한 ‘커스터머 모터스포츠(Customer Motorsports)’로 나뉜다.

이 외에도 출전 차량의 구동 방식에 따라서 세부적인 대회 클래스의 명칭을 부여하기도 하는데, 통상적으로 후륜구동 기반의 차량이 펼치는 레이스는 ‘GT’라는 명칭을 붙이고, 전륜구동 기반의 차량이 펼치는 레이스는 ‘투어링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 WTCR ㅡ> 전륜구동 기반 레이스 중 최고 권위의 대회

올해부터 국제자동차연맹(FIA)가 주관하는 세계 대회로 다시 태어난 WTCR(월드 투어링카 컵)은 전륜구동 기반의 차량이 출전하는 레이스 중 최고 권위의 대회라고 볼 수 있다.

WTCR이 빠른 속도로 인기를 끌며 전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완성차 메이커의 입장에서도 어떤 대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거 제조업체가 직접 팀을 꾸려 레이스를 펼치던 WTCC(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는 제조업체간의 치열한 비용 경쟁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졌으며, 비용을 많이 투자한 차량이 선두권에 고착화되면서 경기의 흥미가 반감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말 FIA의 WTCC와 고객 참여형 레이스인 TCR 인터내셔널 시리즈가 통합되면서 FIA WTCR로 재탄생했다.

기본 차량의 가격 상한선과 성능 상한선을 엄격히 규제하고 제조사가 직접 참여할 수 없는 형태로 바뀌면서 업체간의 경쟁이 완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엄격한 규정 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력의 경쟁구도가 되면서 업체들의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

 


특히 가격 상한의 규제는 고비용 투입을 통한 고성능 달성이 아니라 제한된 여건 하에서 최적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술력의 진검 승부’를 펼치는 장이 되고 있다.

더불어 WTCR의 비용 상한 규제는 고비용을 투입한 차를 앞세워 경제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드라이버 개인의 실력과 치밀한 주행 전략을 겨룰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의 흥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동시에 모터스포츠의 진입 장벽을 낮춰 급격하게 팬층을 넓히고 있다.

또한 전륜구동 자동차 경주로 최대 규모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만큼 전륜구동 자동차에 기반을 둔 양산차 브랜드들이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후륜구동 모델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고급차 브랜드들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고급 후륜구동 모델을 중심으로 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와 달리 현대차도 상대적으로 소형차와 전륜구동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WTCR 참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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