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아프리카·중동에 100조 더 푼다…'금권외교'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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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9-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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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새 자금 지원 발표액만 900억弗 웃돌아

  • 65개 개도국 끌어안기, 美 견제 대응책 일환

  • 아프리카 '중국화' 비판도, 中 '중상모략' 반박

지난 3일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정상회의' 개막식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아프리카 각국의 정상 부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두 달 새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지원키로 한 자금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해당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규합해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 맞서려는 전략적 행보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한 '금권 외교'의 극치라는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65개국 상대로 화끈한 구애 작전

4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정상회의' 개막 연설을 통해 6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 계획을 밝혔다.

아프리카의 경제 발전을 위해 150억 달러를 무상 지원하고, 200억 달러는 무이자 및 우대 차관으로 제공키로 했다. 여기에 100억 달러의 아프리카 개발 기금과 50억 달러의 수입 융자 기금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각종 재해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10억 위안(약 1628억원)을 지원하고, 식량도 무상 원조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들이 100억 달러 이상을 아프리카에 투자하도록 독려하겠다는 덤도 얹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7월 10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아랍연맹 협력 포럼' 장관급 회의 때도 비슷한 취지의 연설을 했다.

아랍연맹 회원국들을 위해 200억 달러를 차관 형태로 제공하고 16억 달러를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에 10억 위안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지난 두 달 새 아프리카와 중동에 지원을 약속한 금액이 900억 달러(약 100조2800억원)를 훌쩍 넘는다.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중국과 수교를 맺은 53개국 정상이 이번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 참석했다. 아랍연맹 회원국은 22개국이다. 중복되는 국가를 제외한 65개국을 상대로 화끈하게 돈 보따리를 푼 셈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의 차관 및 원조 제공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이집트 카이로의 아랍연맹 본부를 찾아 최소 550억 달러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실행 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차이나 머니'가 아프리카와 중동에 유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진=인민일보 ]


◆中·개도국 밀착, 美 포위망 뚫을까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닷새 동안 30개국 정상과 회동했다.

지난 1일에는 리비아 등 무려 10개국 정상과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 주석뿐 아니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도 각종 외교 행사에 총동원됐다.

이처럼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물심양면으로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 맞서기 위한 우군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얻어낼 게 별로 없는 아프리카·중동 국가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참여 제의에 화답하고, 일방주의·보호무역주의 반대 메시지에 적극 호응하는 이유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터키 때리기에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중동은 과거처럼 중요한 곳이 아니다"며 "아프리카는 애초에 미국의 관심 밖이었던 만큼 중국이 내미는 손길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제3세계의 좌장을 자처하며 아프리카·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의 행보에 서구 사회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물량 공세를 '신(新) 식민주의'로 규정했다.

미국 CNN은 전날 보도를 통해 "아디스아바바 내 차량은 중국이 닦아준 도로를 달리고 여행객들은 중국이 건설한 공항에 도착한다"며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중국의 한 도시처럼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중상모략'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중국과 아프리카의 밀접한 관계가 이목을 끌면서 일부 오해와 악의적인 비방을 야기하고 있다"며 식민주의 논란을 "근거 없는 편견"이라고 일축했다.

중국이 개발도상국과 공조해 서구에 맞서려 한다는 주장이나, 중국이 제공한 차관이 '부채 함정'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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