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 식민지 벗어나자"…외국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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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8-09-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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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국 기업성장 촉진 및 정부 통제권 강화 목적"

  • 개인정보보호 핵심될 듯…"세금·보안 등도 도마"

[사진= 구글 블로그]


13억 인구대국이자 최근 인터넷 보급률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는 인도는 글로벌 IT 기업들에 약속의 땅으로 꼽힌다. 중국이 각종 규제를 내세우면서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들의 진출을 막고 있는 반면 인도는 비교적 관용적 태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에서 미국 IT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매우 높다. 그러나 최근 인도 정부 내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세금, 보안 등 여러 부문에서 외국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 "경제민족주의 내세워 규제 강화" 

인도 정부가 정보기술 산업의 규제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선거를 앞둔 인도 정부는 인도우선주의를 기반으로 경제민족주의를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규제 개혁의 핵심에는 유럽식 개인정보 이용제한을 비롯, 데이터 국외반출 금지 및 국외자본의 인도 기업 인수 제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5월 유럽연합(EU)이 발효한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GDPR은 개인들로부터 수집하는 빅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기업이 정보주체인 개인들의 권리를 해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개인의 의지에 따라 개인정보 이동도 자유롭게 된다. 이 같은 규제가 시행될 경우 일부 거대 기업에 빅데이터 집중이 제한된다. 

최근 미국 IT 기업들이 인도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 같은 상황을 변화시키고 국내기업들도 빅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중국의 강력한 외국기업 규제도 인도가 따르고자 하는 선례 중 하나다. NYT는 "인도가 중국만큼 규제를 강화해 미국 IT 기업들을 몰아내지는 않겠지만, 정부 관료들은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국내 거대기업을 키워낸 중국의 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규제가 강화될 경우,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의 수입은 감소할 위험이 있지만 이들은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법률회사 테크레지스(TechLegis)의 국제기술법 전문가인 살만 와리스(Salman Waris)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인도가 유럽처럼 정보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동시에 정부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이는 이미 중국과 유럽에서 일어났던 일이면서 인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 난색··· "인도 경제 타격 올 수도" 

인도 기업들은 최근 정부에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 온라인 여행 업체들은 최근 부킹닷컴과 같은 외국 기업들이 세금을 덜 내고 있다고 고발했으며, 온라인 유통기업들도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들의 투자 공세로 인도 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거대 IT 기업들은 규제 강화 방침에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토론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기업들의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시스코, 마스터카드 임원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인도 전략 파트너십 포럼 회장인 무케시 아기(Mukesh Aghi)는 "엄격한 규율 적용은 인도 경제를 스스로 옭죄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데이터 국외 반출을 금지할 경우, 이 같은 조치는 미국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되면 인도의 아웃소싱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 규제는 향후 미국과 인도의 무역회담에도 주요 이슈로 등장할 수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인도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T 기업들은 최근에 더욱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터넷 인구가 3억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은 인도에서 2억5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구글의 유튜브도 가장 대중적 영상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등 시장 내 기반을 탄탄히 잡은 것 역시 적극적인 투자 확대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경쟁 기업들을 압도하는 시장 지배력은 향후에도 다방면 성장에 가장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도 통신위원회 아루나 순다라라얀(Aruna Sundararajan) 장관은 최근 “인도가 장벽을 쌓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데이터 자산의 가치에 대해 명백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보의 가치를 알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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