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워너원 공연표 사주겠다”…팬심 울리는 사기 기승

조현미 기자입력 : 2018-09-03 16:59
돈 받은 뒤 잠적…해외콘서트 사기 피해도 잇따라 경찰선 신고접수 거부…법조계 “민사소송 제기 가능”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5월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4개월 전 입금을 했는데 당일까지 콘서트 티켓을 못 받았어요.” 김현아씨(가명)는 친구 3명과 함께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워너원 콘서트장을 찾았다 낭패를 겪었다.

현지 공연표를 대신 사준다는 국내 구매대행자에게 320만원을 입금하고 기다렸지만 끝내 표를 받지 못했다. 구매대행자는 공연 전날부터 전화를 받지 않고, 티켓을 건네주기로 한 콘서트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 일행은 여분으로 사둔 표로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지난달 태국을 찾은 이수진씨(가명)는 워너원의 방콕 공연장을 코앞에 두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구매대행을 맡긴 사람이 돈만 챙기고 연락을 끊어서다. 현장에서도 표를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그대로 귀국해야 했다.

◆아이돌팬 대상 사기 잇따라…청소년·외국인 피해자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워너원과 방탄소년단(BTS) 등 아이돌그룹 팬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5~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서울 콘서트 전후로 공연 관련 사기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1일부터 30일 사이에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신고 건수만 110여건에 달한다.

좋은 자리의 국내 공연표를 대신 사준다고 돈을 받은 뒤 잠적하거나, 사진을 대신 찍어주는 이른바 ‘대리찍사’를 약속하고 선입금을 받은 후 연락을 두절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기념품(굿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속여 돈을 뜯어낸 뒤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해외 콘서트 사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신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팬들과 연락했다.
 

워너원 팬들에게 이 그룹의 해외 콘서트표를 대신 구해준다고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대리구매자인 문모씨가 피해자들에게 보낸 신분증 사진. [사진=피해자 제공]


거래가 성사되면 고모씨와 문모씨 등으로 된 통장으로 티켓 비용 입금을 받은 뒤 잠적했다. 문씨를 사칭한 사람의 경우 본인 신분증을 공개하고, 자신도 피해자들과 같은 멤버 팬인 것처럼 속여 신뢰를 쌓은 뒤 입금을 유도하기도 했다. 설사 연락이 되더라도 약속한 환불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다. 고씨를 사칭한 사람은 피해자들에게 애초 8월 말까지 환불을 해준다고 말하고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만 30명이 넘고, 피해액은 3000만원에 육박한다. 한 피해자는 워너원의 홍콩과 태국 공연표 구매대행을 위해 340만원을 입금했지만 표를 받지 못했다. 워너원 대만 콘서트 티켓 구매를 맡겼다 55만원을 고스란히 날린 사례도 있다.

한 워너원 대만 공연 피해자는 “콘서트 당일 공연장 앞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고 나타나지도 않았다“면서 “모든 일정이 엉망이 됐고, 지금까지도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외국인 피해자도 적지 않다. 방탄소년단 서울 콘서트의 대리찍사를 요청하며 대리인에게 수십만원을 보낸 한 고등학생은 콘서트가 끝난 지금까지 사진을 전달받지 못했다. 일본인 친구와 함께 워너원이 출연하는 국내 콘서트 구매대행을 의뢰한 한 중학생은 표를 받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방탄소년단과 워너원 팬들에게 콘서트 구매대행과 대리찍사를 약속한 뒤 잠적한 고모씨가 3일 피해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 [사진=피해자 제공]


◆경찰 신고접수 오락가락…법 사각지대에 이중고

팬심을 악용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피해자들은 제대로 신고도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은 유사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신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접수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다. 사기범들이 이따금 연락을 받아 특정 날짜까지 환불을 약속하거나, 피해액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고 있다는 이유로 접수가 거부됐다.

대리찍사 대행인에게 95만원을 입금했지만 사진은 받지 못하고 일부 금액을 돌려받은 피해자는 “사기 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갔지만 연락이 되고 일부 환불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 피해자도 “사건 발생 뒤 경찰서를 찾았지만 경찰이 ‘사기범과 연락이 된다면 사기 신고가 불가능하다’며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워너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8 소리바다 베스트 K-뮤직 어워즈(SOBA)’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사기 요건이 충분히 성립한다고 봤다. 남을 그럴듯하게 속이는 ‘기망’ 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팬들을 기망하고 금전적인 이득을 얻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경찰 조사는 물론 민사상 채무불이행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은 팬심을 이용한 사기 행위에 강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지난 7월 울산지법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거짓 글을 올려 470여만원을 송금받아 챙긴 2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6월 인천지법은 워너원 콘서트 티켓을 판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뜯어낸 20대 여성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 여성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트위터 계정에 콘서트표를 판다는 글을 올려 45명에게서 4000여만원을 받아 챙겨 역시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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