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했다더니…美증시 휩쓰는 '황소바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신회 기자
입력 2018-08-22 10:4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S&P500 장중 최고가 경신…22일 역대 최장기 강세장 기록 경신

  • 경제성장·실적개선 랠리 지속 기대…연준 금리인상 역풍 우려도

미국 뉴욕 월가의 상징인 황소상(Charging Bull).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의 '황소바람'이 다시 거세졌다. 황소(bull)는 강세장(bull market)의 상징이다. 약세장(bear market)의 곰(bear)과 대척점에 있다. 황소의 질주는 벌써 9년째다. 월가에서는 이 바람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21일(현지시간) 장중 2873.23까지 올랐다. 장중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장 마감에는 2862.96으로 밀렸지만, 지난 1월 2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872.87)와의 거리가 불과 9.91포인트밖에 안 된다.

S&P500지수 기준으로 뉴욕증시의 강세장은 22일 3453일째가 된다. 1990년 10월을 시작으로 2000년 3월 닷컴버블 붕괴로 끝난 랠리를 압도하는 역대 최장기 기록이다. 전 고점 대비 20% 폭락해 약세장으로 돌변하지 않는 한 신기록 달성은 따놓은 당상이다.

미국 증시의 랠리는 2009년 3월부터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2008년 9월)로 폭락했던 S&P500지수는 2009년 3월 9일 바닥을 치고 여태껏 300% 넘게 반등했다. 올 들어서만 7% 넘게 올랐다.
 

S&P500지수 추이[그래프=구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증시 강세장이 노쇠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증시 반등과 맞물린 미국의 경기확장세도 끝날 때가 됐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미국에서 가장 긴 경기확장(1991~2001년)이 10년 만에 끝났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경기침체의 예고지표로 불리는 수익률 곡선의 역전 조짐도 증시·경기 비관론을 자극했다.

수익률 곡선은 장단기 채권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를 반영한다. 미국에서는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스프레드를 말한다. 통상 장기 국채가 단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아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하지만, 최근 미국 국채의 수익률 곡선은 점점 평평해지면서 뒤집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일어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증시 랠리에 대한 애증도 컸다. 배리 질 UBS 자산운용 액티브 주식 부문 책임자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역대 가장 미움을 많이 받은 강세장"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푼 천문학적인 자금이 떠받친 시장이라 회의론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FT는 이번 랠리가 역대 가장 길긴 하지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비관론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연평균 수익률이 16.5%로 기존 강세장의 22%를 크게 밑돌았다는 설명이다. 1929년 10월 일어난 뉴욕증시 폭락사태 '검은 목요일'과 '검은 화요일'을 딛고 1932~37년 이어진 강세장 때는 연평균 상승률이 35.5%나 됐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그럼에도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와 강력한 기업 실적이 지난해와 올해 미국 증시를 뒷받침했다며, 월가에 최근 증시 낙관론이 다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차이킨 차이킨애널리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과열되지 않은 경제를 가졌고 금리도 여전히 낮다"며 시장을 낙관했다.

그레그 루켄 루켄인베스트먼트애널리틱스 CEO는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태리프(관세), 트레이드(무역) 등 3T가 성장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요인으로 꼽히지만 증시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세장은 나이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투자자들의) 도취 때문에 죽는데,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FT는 기술주에 대한 투기가 강세장의 배경이라는 말도 있지만, 미국 대형 항공사 주가 등을 반영하는 다우존스 운송업종지수와 중소형주 대표지수인 러셀2000도 이날 각각 신고점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힘입은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여파로 정점에 거의 도달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아론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 수석 투자전략가는 "강세장에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10년간 이어진 통화완화정책과 최근 재정부양책의 강력한 조합이 일시적이고 인위적으로 강세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