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폭발에 1급 발암물질 누출 '화약고' 여수산단 "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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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장봉현 기자
입력 2018-08-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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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4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폭발사고로 사일로(저장조) 상부 철골 주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있다.[사진=장봉현 기자]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단에서 폭발과 화재, 1급 발암물질 누출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있어 특단의 안전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32분께 여수국가산단 내 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에서 뜨거운 고무 연료를 담은 '핫박스'가 가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압력이 상승, 소각로 배관 부분이 폭발해 파편이 인근 도로까지 날아갔다.

사고 직후 화재진화가 신속히 이뤄지면서 큰 피해없이 5분여만에 수습됐다.

하루 전날인 17일 오전 11시10분께에는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플레어 스택을 통한 연소과정 중 불안전 연소로 인해 검은 연기가 8분 동안 대기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별다른 피해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해당 공장은 반응기를 다시 돌려 공정을 정상화했다.

이에 앞서 같은날 오전 10시 50분께 YNCC(여천NCC)에서는 BD(부타디엔)공정 열교환기 크리닝 작업도중 대형 크레인이 밸브를 건드려 C4혼합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타디엔이라 불리는 C4혼합가스는 1급 발암물질이다. 급성 노출 시에는 눈, 비강 및 인후의 자극을 유발할 수 있고 고농도로 흡입할 경우 두통, 피로감, 혈압과 맥박수 감소, 중추 신경계 손상 및 의식 불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유독가스다.

당시 가스가 누출돼 현장에서 작업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45)씨 등 4명이 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누출시간과 정확한 가스 누출량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공장들의 잇따른 사고가 잇따르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 석유화학공장 대부분은 1970년대 초에 건설돼 설비 노후화로 대형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사고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국민의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정부기관도 사고 기업과 함께 사고 불감증에 빠져있다"며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여수산단 전체에 대해 사고방지 특별대책을 마련해 진행하고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관계기관들이 함께 종합안전진단 명령을 내려 안전에 확신이 있을 때까지 문제 공정을 개선하고, 사고 회사 법인과 책임자에 대해서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노후설비 안전관리법안 마련 등의 제도개선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남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은 "화학사고의 주된 요인은 노후 설비 문제에 있다"며 "여수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앙부처와 함께 산단 내 노후설비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제도 개선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나라의 화학사고의 주요원인 중 노후설비문제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설비교체와 보수점검 등의 관리는 사업주에게만 맡겨져 있다.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사업주의 관리실태를 지도, 감독하고 교체비용 등을 보조해 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사고는 건설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져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근본적으로 주요 공정업무 노동자들을 원청 소속으로 채용하는 등 비정규직를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여수시 화학물질 알 권리 조례에 근거해 구성·운영하는 화학물질안전관리위원회는 형식적인 회의운영에 머무르고 있다"며 "평상시 사업장 화학물질관리부터 화학사고 시 대응까지 노사민관을 대표하는 위원들이 협력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수국가산단에서는 지난해 5월 22일 한화케미칼 유독가스 누출사고, 30일 한화케미칼 화재사고, 7월 1일 롯데케미칼 화학물질 저장소 폭발·화재사고, 8월 2일과 10일 GS칼텍스 화재·폭발사고까지 3달 내에 연이어 크고 작은 사고가 5번 연속 발생해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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