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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세상] 실제 건축물 모형이어도 창작성 있으면 저작권 보호

천성진 변리사(특허법인 무한)입력 : 2018-08-26 09:00수정 : 2018-08-26 09:00
건축물 모형의 저작권 침해 사건 대법원 2018년 5월 15일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1. 들어가며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권리이다. 소설, 웹툰, 영화, 음악, 프로그램 등이 저작권으로 보호된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저작권은 영어로 copyright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복사(copy)하는 권리(right)이다. 즉, 저작권은 저작물을 복사하는 권리이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창작자에게 주어지고, 이 창작자가 저작권자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저작권을 표시할 때 copyright의 첫 알파벳인 “(c)”를 사용하기도 한다. 똑같이 보고 베끼는 것도 복사(copy)이지만, 비슷하게 보고 베끼는 것도 복사(copy)이다. 따라서 둘이 좀 다르다고 복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은 (1) 소설, 시, 논문, 강연, 연설, 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 (2) 음악저작물 (3)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어문저작물 (4) 회화, 서예, 조각, 판화, 공예, 응용미술저작물 그 밖의 미술저작물 (5) 건축물,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6) 사진저작물 (7) 영상저작물 (8) 지도, 도표, 설계도, 약도, 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 및 (9)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저작물로서 보호한다.

저작권은 그 보호기간이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까지이다. 소설의 경우 소설가가 살아있는 동안과 그 소설가가 사망한 후 70년까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것이다. 소설가가 사망한 후에는 그 상속인이 저작권을 상속하게 된다. 특허권의 보호기간이 20년인 것과 비교하여 보호기간이 매우 긴 것을 알 수 있다.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창작성이라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미 있는 물건의 모형을 만든 경우, 이 모형에 대해서도 모형제작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될 지에 관한 의문이 있다. 모형제작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된다면, 모형제작자는 저작권에 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모형을 모방한 업체 등에게 침해금지,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적 처벌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형에 대해서 모형제작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되는지, 인정된다면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에 관한 최근의 대법원 판결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원고 회사는 광화문, 숭례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평면 설계도를 우드락(폼보드)에 구현하여 칼이나 풀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 접거나 꽂는 등의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는 입체 퍼즐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다.

피고 1, 2, 3, 4는 원고 회사에 근무 했었는데, 피고 1, 2는 원고 회사를 퇴사한 후 피고 회사를 설립하였고, 피고 3, 4도 이 무렵 원고 회사를 퇴사한 후,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다. 피고 회사는 설립 이후, 숭례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평면 설계도를 우드락(폼보드)에 구현하여 칼이나 풀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 접거나 꽂는 등의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는 입체 퍼즐을 제조, 판매하였다.

원고 회사는 피고들이 자신의 입체 퍼즐(건축물 모형)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요지

(1) 건축물 모형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

먼저,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고의 건축물 모형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저작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등 참조).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도 실제의 건축물을 축소하여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형상, 모양, 비율, 색채 등에 관한 변형이 가능하고, 그 변형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실제의 건축물을 충실히 모방하면서 이를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을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변형을 가하여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난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은 실제의 광화문을 축소하여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제의 광화문을 그대로 축소한 것이 아니라, 지붕의 성벽에 대한 비율(지붕 대 성벽의 비율에서 지붕을 실물보다 더 크게 하였음), 높이에 대한 강조, 지붕의 이단 구조, 처마의 경사도, 지붕의 색깔, 2층 누각 창문 및 처마 밑의 구조물의 단순화, 문지기의 크기, 중문의 모양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사소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변형을 가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것은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

즉, 건축물 모형의 경우 건축물을 충실히 모방하면서 이를 단순히 축소하거나 사소한 변형만 있다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지만, 이를 넘어서는 변형이 있다면 이 변형된 특징에 대해서는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저작권의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의 물건이 원고의 저작물 중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과 유사하고(실질적 유사성), 이것이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의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둘이 전혀 비슷하지도 않다면 이는 저작물을 복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둘이 비슷하다고 하여도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을 전혀 보지 않고 만들었다면 이 또한 복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① 실질적 유사성과 관련하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 저작물과 대비 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원건축물의 창작적인 표현이 아니라 원건축물을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부가된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도3599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에서 나타나는 창작적인 표현이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과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

② 의거성과 관련하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나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대비 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및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8984 판결 등 참조).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는 원고의 직원으로서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을 개발 또는 판매하다가 퇴직한 후, 피고 회사를 설립하여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을 제작한 점에 비추어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과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 사이의 유사성도 인정되므로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은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건축물 모형에 대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인정한 다음, 피고는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4. 판결의 의의

건축물과 같이 이미 존재하는 물건의 모형을 제작하는 경우 원래의 물건을 충실히 모방하여 모형을 제작하면 모형 제작과 관련하여 어떠한 새로운 창작성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모형제작자는 이러한 모형에 대해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모형이라고 하더라도, 원래의 물건과 다르게 변형을 하였다면 이 변형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저작권이 인정되는 부분은 원래의 물건과 다르게 변형을 한 창작성이 있는 부분이다. 원래의 물건에 있던 부분을 그대로 모형으로 한 것은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5. 나가며

본건의 경우에는 건축물이 광화문과 숭례문으로 오래된 건물이므로 광화문과 숭례문 자체의 저작권은 이미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건축물들의 모형을 제작하는 모형제작업자의 입장에서는 건축물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숭례문은 화재 후 새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고증을 통해, 원래의 숭례문을 복원한 것이므로 창작성이 있는 어떤 변형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숭례문 자체의 저작권은 이미 소멸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건축물이 오래된 것이 아니라면 이 건축물은 그 자체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건축물을 그대로 모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건축물의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건축물을 일부 변형하여 모형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사한 부분은 있을 것이므로 이 유사한 부분에 대해 건축물의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동물이나 식물의 모형을 만드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동물이나 식물의 생김새는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저작권법에 보호대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누구라도 자유롭게 동물이나 식물의 모형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동물이나 식물의 모형이라도, 원래의 동물/식물과 달리 변형한 부분이 있고, 이 부분에 창작성이 있다면, 이 모형은 다시 저작물로 보호될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저작물로 보호되는 동식물 모형을 모방하여 유사하게 만드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동물이나 식물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이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는 때가 올 수도 있을까? 설마. 아닐 것이다.
 

[사진=특허법인 무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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