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소송 끝까지 간다" 보험사들 밀어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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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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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 만능'서 리스크·보험금 관리중심 패러다임 전환

  • 향후 유사사례 예방 차원 당국과 법정 다툼 불사 의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즉시연금 보험금 과소지급과 관련해, 향후 예정된 종합검사에서 보험업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사진=금융감독원]


즉시연금 보험금 과소지급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보험사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금융당국과 등을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보험금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깐깐하게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소비자 보호가 미흡해서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보험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전처럼 영업·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는 당국의 권고를 수용할 수 있었지만 리스크·보험금 관리에 생존이 달린 지금 상황에서는 쉽사리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즉시연금 보험금 과소지급 문제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보험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보험사와 고객 사이의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등한시한데 따른 보험업법 위반 문제로 보험사를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13일 삼성생명이 금감원 민원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생명 등 보험사가 당국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하고 소송으로 활로를 찾겠다고 나서자, 소송 외의 제재 권한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이 제재를 언급하면서 보험사도 당장 불이익을 당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재 경고에 얼어붙었던 과거와 달리 보험사들도 이번에는 끝까지 법리 다툼을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 앞으로의 보험금 과소지급 논란 의식…지더라도 끝까지 간다

우선 보험사들이 당국과 대치하면서도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승소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승소할 경우 제재를 받더라도 수백억원이 넘는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일괄지급을 권고한 금감원에게 역공을 가할 수 있게 된다.

패소하더라도 순순히 보험금을 내주지는 않았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자살보험금 직후 즉시연금 사태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 안에 유사한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과거 판매된 일부 보험의 약관이 잘못됐거나 불완전판매가 발생해 또다시 수천억원 규모의 보험금 과소지급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보험사들이 이번 즉시연금 논란에서 간단히 보험금을 내놓게 되면 이와 유사한 보험금 과소지급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과소지급 문제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며 "이번에 간단히 양보하면 다음번에는 이번보다 더 많이 양보해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보험금 철저 관리 이면에는 보험 산업 패러다임 변화 영향

 

[사진=생명보험협회]



동시에 보험금의 철저한 관리 이면에는 보험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과거 보험사는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도 당국의 권고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새로운 보험 상품 및 보험 영업에 대한 절대적 인허가 권한을 가진 당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보험 산업이 순조롭게 성장하던 과거에는 일단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1990년대 초중반 생보사의 일반계정 수입보험료는 매년 평균 17% 이상 성장했다. 이후로도 다소 성장세가 둔화됐으나 전체적인 성장세가 유지됐다.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성장 시기도 있었으나 감내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2년 87조원을 정점으로 최근 몇 년 동안은 오히려 하락세다. 지난해에는 79조원을 기록해 정점 대비 9.18% 줄었다. 국내 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영업만으로 성장을 장담할 수 있는 시기가 끝난 것이다.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은 영업보다 수익성이 업계의 화두가 됐다. 예년과 비슷한 수입보험료를 받으면서 순이익을 많이 남기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는 필연적으로 리스크·보험금 관리로 이어진다. 똑같은 보험료를 받으면서 보험금을 많이 지급하면 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RBC나 IFRS17 등 계속 도입되는 건전성 규제 강화도 리스크·보험금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험사를 이끌고 있다. 과거 영업보다 중요치 않았던 보험금 관리 업무는 현재 보험사의 가장 중요한 일로 변하고 있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과거 영업만 잘하면 되던 시기가 끝나면서 보험사도 목숨을 걸고 보험금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바깥에서는 돈 잘 버는 보험사가 즉시연금 고객에게 돈을 주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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