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령 파산' 급증세…"빚폭탄 돌리기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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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8-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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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65세 이상 파산율 1991년 대비 3배↑…"사회안전망 비용 개인 전가 탓"

[사진=아이클릭아트]


미국에서 고령 파산이 급증하고 있다. 주요국의 사회문제로 부상한 고령화의 또 다른 그늘이다. 전문가들은 고령 파산이 이번 세대 또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미국의 고령 인구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파산'이라는 암울한 현실로 뒤집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고령 파산이 사라지고 있는 연금, 급증하는 의료비, 부족한 저축 등 잠재적인 문제들이 수년간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데보라 손(Thorne) 미국 아이다호대 조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날 사회과학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에 올린 논문에서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파산보호 신청을 한 이들의 비율이 1991년 이후 3배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65~74세 인구 1000명당 파산보호 신청을 한 이가 1991년 1.2명에서 2013년 2월~2016년 11월에는 3.6명으로 늘었다.

전체 파산자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1%에서 12.2%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파산하는 고령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파산자 수는 다른 연령층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진 건 돈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똑같은 기간 1000명당 파산자 수는 18~24세, 25~34세, 35~44세, 45~54세 모두 감소세를 보였으나, 55~64세와 65~74세만 증가세를 보였다.

연구진 가운데 하나인 로버트 로리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파산한 사람들은 (경제적 고통을 받고 이들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은퇴기가 가까워진 이들의 파산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난 30년 사이 재무 리스크가 정부와 기업에서 개인으로 전가된 구조적 변화가 고령 파산을 가속화한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기업이 짊어져야 할 사회안전망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한 예로 2013년 노인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수혜자 가운데 사회보장연금에서 의료비 지출이 차지한 비중은 나이가 많고, 소득이 적을 수록 높았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 고령인구 상당수가 이미 막대한 빚을 떠안고 은퇴기를 맞았다. 2016년 현재 이들의 전체 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차지한 비중이 41%로 1989년의 21%의 2배에 이른다. 또한 소득이 적을수록 부채 부담이 컸다.

파산 전문 변호사인 마크 스턴은 자녀나 부모를 부양하느라 빚을 진 이들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학자금 대출 부실 문제가 경제의 뇌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부모들이 자녀들의 학자금 대출 계약서에 함께 서명해 빚은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고령자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해도 새 삶을 위한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NYT는 고령자들에게 파산은 이미 너무 늦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자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때는 이미 모든 재산을 잃은 뒤로, 다시 일어서기엔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들의 빚을 다른 누군가가 떠안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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