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라승용 농진청장 “농업은 미래를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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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7-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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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농업기술력 최고 수준…“누구든 농사 쉽게 지을 수 있어”

  • 첨단 농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 박차…창업‧창농 지원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12일 전주혁신도시 농진청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은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강조했다.[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농업은 하이테크산업으로 미래를 여는 열쇠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한국스마트팜은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12일 전주혁신도시 농촌진흥청에서 만난 라승용 농진청장은 우리나라 농업기술이 미래 산업에서 핵심 축을 차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보면서 다들 깜짝 놀란다”며 “한국 농업기술이 식량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국격은 물론 농업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증거”이라고 강조했다.

라 청장은 해외에서 국내 기술력을 전파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한국형 스마트팜 표준모델을 개발해 농업발전과 농가소득을 견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라 청장은 “고령 농업인부터 경험이 없는 젊은이도 농사를 쉽게 지을 수 있어야 한다”며 “지능화된 농업은 미래 한국 농업과 농업인에게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로 뻗어가는 농업한류··· 선두에 농진청

“아프리카 각국의 농림장관이 찾아와 농진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 센터를 건립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각국에서 농진청 농업기술을 찾는 건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 때문만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일본 등도 아프리카에 농업기술을 전하러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농업기술은 현지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해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분야다. 풍토병에 강한 새로운 품종 개발에만 수년이 걸린다. 탄탄한 기술력과 축적된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라 청장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척박한 환경에서부터 농업기술을 쌓아 올린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며 “농업기술력이 부족한 나라에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기계 등을 주는 것보다 그들의 수준에 맞는 기술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코피아 센터를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20개국에 설치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코피아 센터와 별개로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를 두고 있다.

코피아 센터가 있는 케냐의 경우, 씨감자 기술보급으로 생산량이 3.9배 증대됐고, 양계기술보급 농가 소득은 3.6배 늘었다. 육계사양기술을 보급한 캄보디아는 사육기간이 106일에서 67일로 대폭 줄었다.

라 청장은 “안데스 산맥에 감자 원산지를 두며 감자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볼리비아가 농진청에 감자 생산성을 높여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우리가 진단해 보니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설이 없는 현지에서 어려운 조건 하에 바이러스에 강한 새로운 씨감자 품종을 만들어줬다”고 소개했다.

농진청 씨감자 보급 이후 볼리비아 감자 생산량은 ha당 6t에서 32t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눈앞에서 ‘농진청 농업기술의 기적’을 목격한 농림장관이 직원을 6년만 더 자국에 상주시켜 달라고 붙잡았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농업기술력으로 세계 각국의 식량문제 해결에 한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국격을 높이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 청장은 “3개 대륙 45개국이 참여하는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운영으로 대륙별 농업 관련 공통현안 사항 해결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격을 제고하고 자연스럽게 농업한류 붐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 농업기술력 보유국··· 한국 농업 미래비전

우리나라 농업과학 기술은 미국‧EU‧일본‧캐나다에 이어 세계 5위다. 세분화해서 보면, 벼와 채소 분야 육종기술 등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빠른 기술혁신 속에서 농업기술은 매년 발전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최근 우리 농업‧농촌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 청장은 “앞으로 고령화된 농촌에서 농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령 농업인과 농사 경험이 없는 젊은이도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며 “스마트팜은 농사기술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지능화된 농장으로 소규모 농장에 적합해 여성과 청년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농업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농업이 아닌,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한국형 스마트 팜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핵심기술을 국산화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생육관리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 한국형 2세대 스마트팜 표준모델을 제시한다. 2016년 토마토를 시작으로 지난해 국화와 파프리카 표준모델이 나왔다.

올해는 방울토마토‧느타리‧시설포도‧돼지 등의 분야에 적용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딸기와 젖소에 스마트팜 표준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인력양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라 청장은 “숙련도 높은 전문 인력 양성(15과정, 530명)을 위해 올해 과학영농시설을 활용한 첨단실습장 40개소를 조성‧운영하고 있다”며 “2022년까지 영상정보 기반 인공지능 엔진을 탑재하고, 2027년까지 영상‧음성‧텍스트 통합 인공지능 엔진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첨단 농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 청년‧여성 등 기회 열린다

우리나라 농업기술 발달은 청년‧여성 등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농업분야 진출에 취약했던 계층에게도 창농‧귀농 기회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팜 등 첨단 농산업분야가 더 발전하면서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가 확대됐다.

이에 라 청장은 미래 변화에 대응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발굴‧지원해 나간다. 우선 스마트팜‧치유농업‧바이오산업 등 첨단 농산업 분야에서 취‧창업 인프라를 구축한다.

라 청장은 “6차 산업화로 농가소득을 높이고 창업인프라를 지원할 것”이라며 “농산업 분야 창업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지원하고 스마트농업기사‧치유농업사 등 국가기술자격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농진청은 이와 관련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농생명 ICT 실증형(제품 검증․보완)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과학영농실증시범포를 운영해 농업 스타트업을 육성해 나간다.

농업인 재해예방을 위한 ‘농작업안전보건기사’와 일자리를 연계, 올해 자격 시행‧교육과정을 운영해 2020년 156명을 시범 고용한 뒤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스마트농업기사‧치유농업사 같은 국가기술자격 신설을 추진하고, 스마트농업전문가‧전문연구원‧글로벌인재 같은 직접일자리도 늘려간다.

신규 젊은 인력의 지속적인 농촌 유입을 위해 농업에 대한 관심 유도 정책과 영농 창업의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간다.

라 청장은 “청년농업인을 농촌지역의 핵심리더로 양성하겠다”며 “영농신기술‧ICT 활용이나 가공‧체험 등 융복합사업으로 창업영역을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조6000억원 가치’ 농업 신성장동력 치유농업 본격 추진

최근 식물‧동물‧음식‧환경(경관) 등 농촌자원을 활용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농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농진청은 산업기반 구축을 위한 3단계 발전전략을 수립, 2023년까지 치유농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간다는 방침이다.

치유농업은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불안한 심리와 스트레스 등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검증됐다.

초등학생 이하 아동은 욕설(6.2%)‧조롱(8.8%)‧희롱(5.5%) 등이 감소했고, 학교폭력 청소년의 경우 분노공격성(64.5%)‧불안(47.8%) 감소, 정서안정(11.5%) 등의 효과가 입증됐다. 청소년 수감자의 경우도 불안감(61%)‧대인예민성(55%)‧우울감(56%) 등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은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 후 스트레스 반응이 14.6%나 줄었다. 신체(13.4%)부터 우울(11.1%)‧분노(8.9%) 같은 부정적인 요인에서 감소폭이 컸다. 노인 역시 우울감이 60% 급감했다.

이러한 치유농업의 산업적 가치는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라 청장은 “올해 치유농업 육성 시범사업을 10개소로 늘리고, 농업자원(곤충‧원예‧축산 등)을 활용한 치유농업 육성기술을 보급하겠다”며 “농촌교육농장이나 농가맛집 같은 곳과 치유농업을 연계, 인적‧물적 네트워크 구축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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