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살림집 엿보기] 평양 아파트는 상류층 전유물…"강남 '타워팰리스'와 위상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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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8-07-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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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부터 북한 각계 지도층 거주하는 고급 주택으로 기능

  • 중산층은 대체로 115㎡ 정도 거주하지만 최근 220㎡까지 공급…시세는 2억~5억원 선

2017년 9월 열린 서울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평양살림전'에 비치된 북한 평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연합뉴스]


#. "북한 평양에서 아파트의 위상은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아파트는 사실상 북한의 각계 지도층이 사는 고급 주택이며, 평양 주민에게는 꿈의 거주 공간이기도 합니다."

과거 평양 아파트에 거주한 바 있는 새터민 문모씨의 이야기다. 최근 북한 심장부인 평양 일대 아파트 특징 및 실상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는 남북 관계가 올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빠른 속도로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북한 인프라 이해 및 분석 차원의 부동산 시장, 주거 형태 등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 아파트 형태는 방, 거실, 부엌, 화장실로 구성돼 사실상 국내의 일반적인 아파트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또 위치에 따라 집값이 차이가 나며, 평양 중산층은 대체로 115㎡ 안팎 수준의 면적대에 거주한다.

문씨는 "평양이 계획도시이다 보니 아파트 건설 비중이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중산층 이상부터 사회 지도층까지 주로 거주하며, 이들은 일본 및 러시아산 가전제품이나 고급 커튼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새터민 김모씨는 "평양 아파트 구매 대금은 달러로 결제한다"며 "또 아파트 값은 같은 평양이라 하더라도 입지에 따라 우리 돈으로 단순 환산하면 2억원에서 5억원 정도까지 차이가 난다"고 했다.

다만 현재 평양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많이 진화한 상태다. 또 대부분 선분양제로 공급되는 우리와는 달리 후분양제로 분양되는 차이점도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평양살림전'을 추진한 서울시 관계자는 "북한은 평양 일대에서 도시공간 평등화를 추구하는 '소구역계획' 틀을 유지해왔다"며 "다만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시장경제 체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돼 평양에 새로운 양식의 아파트가 나타났다"고 했다.

김씨 역시 "과거에는 정부가 지정한 국가재산 건축 디자인이 채택됐으나, 최근 짓는 아파트들의 경우 신축이건 재건축이건 다양하고 참신한 디자인이 도입되는 경향이 있다"며 "부유층의 대형 선호도도 높아져 상품 면적이 180~220㎡까지 공급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평양 아파트는 골조가 먼저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되는 후분양 제도를 도입해 국내보다 인테리어 형태가 비교적 다양한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에는 건설 주체가 골조는 물론이고 외장재, 마감재 처리를 모두 한 다음 부가가치를 높여 일반에 아파트를 판매한다"고 했다.

최근 평양 일대에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는 자금력을 갖춘 중위 계층이 늘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김씨는 "과거에는 계층이 '상위(Upper)', '중위(Middle)', '하위(Lower)'로 명확하게 나뉘었고, 상위 계층이 아파트를 독식하는 구조였다"며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붉은 자본가 등 중위권 세력이 강해졌다. 이들은 국내 및 일본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상당한 자본력을 갖고 있는데, 이들 구미에 부합할 만한 주택 형태는 결국 고급 수준의 아파트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박사는 "북한 부동산 시장에서 지방의 경우 시장과 가까운 단지가 가격이 비싸지만, 평양은 대체로 시민 수준이 높아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며 "또 남향을 좋아하고, 교통 및 인프라가 우수한 아파트를 찾는 정서는 우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특히 혹한의 날씨에 시달리는 평양 주민들은 난방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1980년대 후반에 평양 서측 지역 광복거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지식인·예술인 등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지만, 지금은 가격이 높지 않다"며 "고층 건물이라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고, 무엇보다 난방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망권이 아닌 난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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