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브렉시트' 논란에 각료 줄사퇴…영국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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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7-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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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 총리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에 외무장관도 사퇴…메이·보수당 정부 위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에 집권 보수당 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물론 보수당 소수정부의 존립도 위태로워졌다.

◆도대체 무슨 일?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각료회의에서 극적으로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메이 총리는 당초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완전히 발을 빼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했지만, 이보다 훨씬 온건한 방식의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르웨이 방식의 EU 탈퇴를 추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는 처음부터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유럽경제지역(EEA)의 일원으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인정받는다. 노르웨이는 대신 영국이 EU의 일원으로 내야 하는 예산 분담금의 80~90%를 부담하고, EU 법률의 75%를 따른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안에는 EU와 상품을 교역하기 위한 자유무역지대 설치, 금융 부문 협정 추진, 거주·이동 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보수당 내 EU 탈퇴파의 반발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이 8일 사임한 데 이어 9일에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물러났다. 하드 브렉시트 진영을 대표해온 이들이다.

존슨 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의 새 브렉시트 전략을 문제삼으며 "꿈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가 영국을) 식민지 상태의 반쪽 브렉시트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켓워치는 메이 총리에겐 존슨 장관의 사퇴가 더 큰 타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시장을 지낸 존슨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의 운명은?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메이 총리가 자신을 몰아내려는 어떤 시도에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말이다.

메이 총리의 당대표 불신임 투표를 위해서는 보수당 의원 316명 가운데 48명이 불신임안에 서명하면 된다. 불신임 투표를 통해 메이 총리를 몰아내려면 159명이 찬성해야 한다. 보수당 강경파는 현재 50~150명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리스크(위험)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무지타바 라흐만 이사는 메이 총리가 리더십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60%로 봤다. 존슨 장관이 사임하기 전보다 10% 포인트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 낙관적인 평가다. 보수당 내에서 실용적인 브렉시트를 선호하는 주류가 여전히 메이 총리를 지지하고,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20명의 의원들은 브렉시트 강경파가 당대표(총리)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존 히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메이 총리가 12일 소프트 브렉시트 청사진을 구체화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인데, EU와의 협상 실패 위험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양보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각료들의 줄사퇴를 더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당 정부 무너지나?
브렉시트 강경파가 메이 총리의 자리를 차지하면 보수당 소수정부도 파국을 맞을 수 있다. 보수당 내 EU 잔류파가 정부 불신임 투표에서 야당인 노동당과 손을 잡을 수 있어서다.

히긴스는 도박시장의 베팅을 보면, 영국이 올해 말이나 내년에 조기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지난 6일 40%에서 이날 55%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파운드화 향방은?
외환 트레이더들은 영국의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벨트를 졸라매야 한다고 경고한다. 달러 대비 파운드 값은 전날 데비이스 장관이 사퇴한 뒤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이날 존슨 장관 사퇴 소식에는 약세가 돋보였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0.2% 하락했다.

사이먼 데릭 뱅크오브뉴욕(BNY)멜론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2016년에 입증된 것처럼, 파운드 환율은 예상치 못한 뉴스가 불거졌을 때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달러 대비 파운드 값은 10.9%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1.8% 내렸다.

전문가들은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이 파운드에 강세 재료지만, 논란이 지속돼 불확실성이 커지면 역풍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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