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줄줄이 법정관리行...기촉법 공백 "버텨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운 기자
입력 2018-07-02 1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작년 C등급만 74개 기업...선제적 구조조정 정책 표류

  • -민주당 등 "관치금융에 취약" 반대 국회통과 장담 못해

일몰이 우려됐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당분간 부실기업들은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로 직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당국은 기촉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금융기관 자율의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참여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여부는 알 수 없다.

특히 관치 논란이 일고 있는 기촉법에 대한 국회의 반대로 재입법 여부도 미지수여서, 금융당국의 임시방편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C등급만 74개사 ··· 대규모 법정관리행 불가피

기촉법 폐지에 따라 다음달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는 기업들은 법정관리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매년 금융권 신용공여액(대출+보증)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을 상대로 부실 정도를 따지는 신용평가를 진행한다. 여기서 C와 D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C등급 기업은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해야 하고, 사실상 퇴출 대상인 D등급 기업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25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고 이 가운데 13개사(C등급)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총 174개사 중 61개사가 C등급을 받았다. 총 74개사가 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했다.

문제는 기촉법이 사라지면 다음달 C등급을 받게 될 기업은 워크아웃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D등급과 같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일단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금융위가 임시로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기촉법 내용을 그대로 담아 채권단의 75% 찬성표만 얻으면 기업의 워크아웃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정부는 2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관계기관 간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채권금융기관이 운영협약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실효성은 의문이다. 협약에 채권기관을 참여시키는 강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기촉법 공백으로 구조조정 작업이 원활하지 않았던 사례가 두 차례나 있었다.

기촉법이 처음 사라졌던 2006년 1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현대LCD, VK, BOE하이디스, 현대아이티, 팬택, 팬택앤큐리텔 등 6개 기업은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팬택 및 팬택앤큐리텔만 2009년 양사 합병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됐을 뿐, 나머지 4개사는 채권단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시장 자율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2차 공백 기간에도 삼부토건, 동양건설 등 다수 건설업체가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하지만 채권단 간의 비협조로 시장 자율 구조조정이 무산됐다.

금융위 관계자도 "법적 강제성이 없는 협약이라 한계가 있다"며 "목표는 기촉법이 재입법될 때까지 무조건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촉법 재입법 반대에 선제적 구조조정 정책 표류

재입법이 된다 해도 현재 상황에서는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금융위가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키로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기촉법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학영·최운열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가 최근 국회에서 공동 개최한 기촉법 관련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촉법은 폐지하고 정부의 구조조정 기능 자체를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최운열 의원도 "대부분 선진국에선 은행(채권단)이 책임을 지고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한다"며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통합 도산법) 등의 대안도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기촉법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워크아웃 제도가 관치 금융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실기업의 생사는 시장 원리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데 워크아웃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커 제때 정리돼야 할 기업에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논리다.

실제로 중견건설사인 경남기업이 2013년 10월 워크아웃을 거치는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은행들이 특혜성 지원을 하도록 당국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하반기 한계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기업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계기업을 살릴 중요한 수단을 없애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으로 인해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정책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의 반대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촉법 공백을 정부가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정부의 선제적 구조조정 정책이 표류함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