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北에 핵·미사일 전수한 러시아…한반도 비핵화 '패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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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6-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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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급해진 푸틴…중·러 협력강화 미국 견제 나설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북한이 보유한 고도의 핵·미사일 기술은 러시아에서 비롯됐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뒤 독일 과학자들에게서 확보한 로켓 기술을 기반으로 1961년 사상 최초로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던 러시아의 로켓 기술이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의 원형이다. 1950년대에는 북한 과학자들이 러시아와 맺은 협정에 따라 현지 연구소에 파견됐다. 이들이 이후 북한의 핵 개발을 주도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에 따른 혼란기에 러시아의 핵 기술이 대거 북한으로 흘러들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대북 지원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중국과 쌍벽을 이루는 북한의 동맹이다. 중국 다음 가는 교역 상대국이기도 하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아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바람에서 소외된 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최근 행보에는 푸틴 대통령의 다급함이 서려 있다. 5월 말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했다.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기간에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 8~10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한 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극찬했지만 중국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공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며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한 중국의 막대한 공헌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현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시나리오대로"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다자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러시아의 행보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함께 배제된 중국과 손잡고 미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구상을 보여준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즉각적인 비핵화 요구에 맞서 북한이 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지지한다. SCO와 EEF도 궁극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지역 협의체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오랫동안 쌓아온 밀접한 관계를 감안하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러시아의 영향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 외교협회의 아시아 연구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이코노미는 최근 쓴 글에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논의를 진전시키거나 망칠 수 있는 러시아의 숨은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러시아에게 북한은 중동의 시리아와 같은 곳이다. 러시아는 중동에서 시리아를 거점으로 삼아 현지에서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이 세력을 키우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러시아가 완충지대로 삼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북한뿐이다.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대북 가스 공급망 건설 프로젝트다. 러시아는 미국, 호주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에너지 대국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대북 액화천연가스(LNG) 송유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북한이 바라는 경제 지원에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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