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강국 재도약②] 20년 전엔 머스크 앞섰던 한국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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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05-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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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선사 선복량 20배 늘릴때 한국은 후진

[사진=현대상선]



20년 전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해운강국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위상은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단일 선사로서는 세계 1위 업체 머스크에 뒤졌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복량을 합치면 머스크보다 규모가 컸다. 불과 20년 만에 상황은 너무나 달라졌다. 우리나라 해운업은 원양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은 모습이다.

◆ 외국선사 20배 늘리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1997년 한진해운은 17만 TEU의 선복량을 가지고 있었다. 머스크와 불과 6만TEU 차이이며 20만 TEU를 가지고 있던 중국 COSCO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재 글로벌 2위 선사인 MSC와 프랑스 국적사인 CMA-CGM은 현대상선과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머스크는 390만TEU를 갖춘 세계 최대의 선사가 됐다. 20년간 선복을 1600% 늘렸다. 선복 증가율로 따지면 MSC와 CMA가 더 빠르다. MSC는 같은기간 1940%, CMA는 선복량을 2440% 늘렸다.

반면 우리나라 국적 선사의 선복량은 제자리걸음이다. 1997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복량 합계는 38만TEU. 현재 한진해운 파산으로 남은 선복량은 현대상선의 36만TEU 뿐이다. SM상선이 갖춘 선복량 12만TEU를 더해도 48만TEU에 그친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국적원양선사 시장에서 퇴출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같은 위기에 다른 정책이 빚은 참극

이런 차이는 왜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유럽 선사들이 국가의 도움으로 선복량을 늘리는 사이 한국은 산업을 무시하고 금융논리를 대입해 해운업계를 고사시켰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글로벌 해운시장은 모두 어려움에 빠졌다. 하지만 외국 선사들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았다. 자국선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위기 초기부터 신규자금 및 신용자금 등을 전폭 지원했고 적극적인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외국은 자국 해운사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의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2009년 이후 중국은 252억 달러, 덴마크는 67억 달러, 프랑스는 10억 달러의 자금을 해운업계에 지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그룹의 경우 덴마크 경제의 핵심인 만큼 알려진 것 이외에도 수많은 유무형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선사들은 또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에 나선지 오래다. 중국의 경우 양대 국적선사인 COSCO와 차이나쉬핑(CSCL)을 2016년 합병해 단일 선사 체계로 재편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대표 선사 OOCL도 합병해 세계 3위 규모로 도약시켰다.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도 2016년 UASC를 인수해 선복량을 98만TEU에서 152만TEU로 높였다. 인수에 앞서 독일 정부와 함부르크시는 하파그로이드에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2012년 하파그로이드사 지분 20.2%를 매입했고, 2013년 현금 1조752억원을 지원했다. 정부(지방정부 포함) 지원에 힘입어 하파그로이드는 세계적 선사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역시 해운3사의 컨테이너 부문을 합쳐 ONE(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메가캐리어를 출범시켰다. 144만TEU 규모의 선복량을 갖추게 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대응은 미흡했다. 원양 2사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채권회수에 몰두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그러다 위기의 상황에 달하자 양사 통합이 아니라 둘 중 하나의 선사만 선택해 지원하는 정책을 취했다. 정책적 결정이 우리나라의 해운사업을 고사시켰다는 이야기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양수산부가 폐지되며 해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었고 2013년부터는 무리한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땜질식 처방이 이뤄졌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된 정책으로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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