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급회담 연기선언] 北, 협상력 높이려고 한·미와 밀당…과거에도 써온 '취소 통보' 카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은주 기자
입력 2018-05-16 15:4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과거 정상회담 후 비슷한 사례 분석

북한이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가운데,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중지한다고 이날 새벽 통보해 왔다.  

이에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판가름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미국 양측과 '밀당(밀고 당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예정일에 갑작스럽게 회담을 취소한 바 있다.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진 5차 남북 장관급회담 개최 당일인 2001년 3월 13일 아침, 돌연 회담 불참 통보를 했다.

당시 북측의 회담 파기 배경으로, 갓 출범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태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파기 움직임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결국 5차 장관급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6개월가량 지난 그해 9월 중순 서울에서 열렸다.

북측의 일방적인 회담 연기 통보는 과거부터 수차례 있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이뤄진 올해에도 북한은 우리 측과 약속된 일정을 쥐락펴락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1월 19일 북한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파견을 중지한다고 한밤중에 전격 통보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남측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도 하루 전 돌연 연기하자고 제안, 당초 합의한 예정일보다 하루 늦춰진 5일 개최됐다.

북한은 군사훈련이나 남측 언론 보도, 일부 인사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회담이 열리기 직전 연기하거나 취소하곤 했다. 북한에게 남북 회담 중지는 일종의 의지 표명이나 '압박전술' 등으로 쓰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회담 연기' 카드 자체보다, 북한이 의도하는 '시그널'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구연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회담 파기 당일 통보보다, 북한이 이런 (대화) 추세 속에서도 중단 의지를 보였다는 걸 더욱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연구원은 "미국의 북핵 문제 실무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州)의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배드 캅(나쁜 경찰)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협상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북학의 회담 연기는) 미국이 계속 강압적으로 나오면 '우리도 판을 엎을 수 있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현 시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킬 수 없으니, 가장 낮은 수준인 남북 고위급회담 중지 통보를 통해 미국에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이다. 
 
정근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도 "북한 입장에서 자신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으로 큰 양보를 하는데, 미국은 (맥스선더 한·미 연합훈련을 강행하며) 작은 양보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원장은 "북한이 판문점 선언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양해했다고 해도 한·미 양국이 규모조차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