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남북이 세계에 던지는 질문 '이매진(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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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8-04-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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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2월 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의 공연 대부분은 한국 고유의 색채가 입혀진 상징물과 서사로 가득찼다. 그러나 유독 한 공연만은 달랐다.

영국 가수 존 레넌의 명곡 이매진(Imagine)을 한국의 유명 가수들이 부른 것이다. 당시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이번 올림픽은 남과 북의 평화를 염원하는 행사다"라면서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겨울을 지나 맞은 봄. 평창 하늘 위에 울리던 이매진은 지금 하나씩 현실이 돼가고 있다. 당시만 해도 아직 단단했던 한반도 위의 얼음은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지난 27일 손을 맞잡은 남과 북의 정상은 분단의 상징을 넘나들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의심어린 시선은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의 CNN은 '김정은은 진심인가? (Is Kim Jong Un for real?)'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정상회담에서 보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동이 '연기'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불과 몇개월 전에 양키를 위한 선물보따리를 준비했다며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했던 인물이 이렇게 극적으로 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매체인 인디펜던트(Independent) 역시 최근 사설을 통해 "남과 북의 평화는 축복해야 하지만, 여전히 비관적인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보유를 목전에 두고 그것을 포기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으며, 북한은 과거에도 약속을 어긴 경우가 많았다면서 "김정은을 믿지 않을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북한이 보여온 독재주의적 행보를 감안해 보면 이같은 서구 언론의 '회의적' 시각은 일견 타당하며,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의 새 장을 열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다짐과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언은 하나가 된 봄날 남과 북이 다시 한번 외치는 이매진(Imagine)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남과 북은 오늘 대담한 상상력으로 걷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27일 나온 '판문점 선언'은 과거만을 기반으로 미래를 보는 현실적 시각을 잠시 접고, 평화를 위한 상상력을 함께 발휘해보는 게 어떠냐는, 전세계를 향한 질문이다. 물론 상상력이 현실로 이뤄지고, 함께 걷는 이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적극적 실천과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과 북이 몽상가가 아닌 현실주의자로 평가받으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더 많이 모으는 그 날이야말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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