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S 아주경제 - 아주 잘 정리된 디지털리더 경제신문

검색
5개국어 서비스
실시간속보

[전시 영상톡]"수묵화에 담긴 애잔함" 성태훈 기획초대전 '애리'..쌀롱 아터테인

홍준성 기자입력 : 2018-04-16 08:29수정 : 2018-08-06 14:10
옻칠화 대가가 그려낸 첫 수묵 인물화

[성태훈 작가]

"긴 웨이브 머리에 동그란 얼굴,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표정에서 애잔함이 느껴진다"

성태훈 작가 기획 초대전 '애리(愛利)'가 이달 24일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쌀롱 아터테인에서 열린다.

쌀롱 아터테인에 들어서니 온통 수묵으로 그린 인물화가 펼쳐져 있다. 전시된 작품은 총 20점으로 중앙 1점과 왼쪽 4점, 오른쪽 4점은 전부 '애리'를 그렸다.
왼쪽 한구석에는 9점의 '명지바람'시리즈 작품이 걸려있고, 그 옆에는 옻칠로 작업한 2점의 '날아라 닭'작품이 있다.

전시명인 '애리'는 실제 사람 이름이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다른 일을 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다.

작가와 애리의 만남은 스승과 제자의 사이였지만, 전업 작가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애리라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성태훈 작가는 애리에 대해 "전문 모델이 아니라 제 작업실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로펌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다"라며 "원래 미대를 나와서 화가가 꿈이었는데 살다 보니까 직장생활을 하게 됐고 계속 화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제 작업실 와서 그림을 배우게 되어 부탁해서 모델을 서게 됐다"고 회상했다.

성 작가는 전문 작가보다도 자유롭고 그녀가 꿈꾸고 있는 것들을 알게 되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그림을 가르치다 보니까 대화를 많이 하게 됐고 그래서 남자친구. 미래의 꿈, 직장생활 이야기 이런 걸 얘기하다 보니까 조금씩 이해가 됐다" 며 "전업 작가들 같은 경우에는 생각이 자유로운 직업이어야 하는데 생계 때문에 그림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보다도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있다. 애리는 오히려 더 자유롭고 과감하게 그림에 접근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묵으로 초상화를 그리기는 쉽지 않은 내공이 들어간다.
유화처럼 덧칠로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획만 잘 못 그어도 작품을 망치게 된다. 먹과 화선지가 만나는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여기에는 먹의 농도, 호흡, 붓을 쥐는 힘 등 작가의 공력이 녹아 있다.

 


전시장에 걸린 9명의 애리는 각기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다른 옷들을 입고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표정은 세밀하게 묘사 돼 있지 않다.

성 작가는 "수묵화는 유화나 소묘와 다르게 닮게 그리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라며 "먹은 자기가 원하는 데로 멈추지 않고 밀어내면서 종이와 먹이 섞여지면서 우연성이 많이 접목된다. 절대로 똑같이도 안 나온다. 이것이 수묵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리' 작품에는 작가가 관조한 애리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작품을 실제로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때는 20~25분, 적게 걸릴 때는 6~7분 걸리지만 그리기 전에 구상하고 관찰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일필휘지(一筆揮之 한숨에 글씨나 그림을 줄기차게 쓰거나 그림)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화선지 어느 부분에 그릴 것인지 구상하고 그리기 전에 모델을 자세히 본다. 관찰이 끝나면 느낌으로 한 번에 완성하게 된다. 도중에 못 고친다. 유화 경우는 잘못하면 덧칠하면서 고칠 수가 있으나 수묵화는 특히 인물화는 살짝만 가도 끝나는 것이다. 내공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이것도 인물만 그렇지 배경에 색감을 넣을 때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색감은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점을 찍어 완성한다.
물기를 많이 주면 먹이 번지으로 자연스럽게 나오고, 덜 주면 점 찍은 자국이 나온다.

 


애리 외에도 '명지바람'시리즈 아홉 점이 전시됐다.
구상보다는 추상에 가까운 작품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특정한 형태를 이루고 있지 않다,

성 작가는 "특정한 인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인물화가 아닌 인간화다"라며 "동양회화는 서양회화의 비해서 아주 오래된 전통이 있다. 동양의 선의 맛에 초점을 둬서 회화적으로 풀어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바람'시리즈에는 다음에 집중적으로 다룰 솟대에 관한 그림도 있다.

성 작가가 솟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과거 첫 개인전 때 동학농민운동에 관한 작업 때문이다. 당시 공주 우금치에 새워져 있던 솟대는 작가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현장에 다니면서 느낌을 300호짜리(290.9㎝ × 218.2㎝) 그림을 그렸는데, 공주 우금치에 솟대가 크게 새워져 있다. 솟대의 의미가 꿈을 이뤄달라는 의미이다. 언젠가는 (솟대를 주제로 작품을) 해봐야지 했다"

수묵 인물화를 하기 전에 했던 작품인 옻칠화 2점도 출품했다.

옻나무 수액으로 칠한 '날아라 닭' 작품은 과거 아리랑TV에서 옻칠 제작과정이 궁금하다고 해서 직접 시연한 작품이다.

성 작가가 옻칠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보존성 때문이다.

"일반 물감은 수명이 길지가 못하다. 유화도 검증된 것이 600년이다. 벌써 변질돼서 색이 변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 대안으로 아크릴을 만들었다. 아크릴도 만든 지 얼마 안 돼서 몇 년이나 더 갈지 모른다. 옻칠은 7천 년이 간다. 실제로 7천 년 전까지 옻 작품이 존재했다. 보존성에서는 최고로 본다"

작품에서는 닭이 하늘을 날고 있다. 예전에 닭을 직접 기워봤다는 성 작가는 날고 싶어 하는 닭의 소망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번이 31번째 개인전인 성태훈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 작가는 한중 현대미술 환영의 거인전(2007), 한국화의 재발견전(2011), 한중현대미술전(2014), 20세기 한국화의 역사전(2017) 등 300회가 넘는 기획전에 참여했다. 조니워커 킵워킹펀드 대상 및 인기상을 받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23회, 24회 특선에 오른 바 있다.

네티즌 의견

0개의 의견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0자 / 300자
2018아주경제 건설대상
10회째 맞는 아주경제 건설대상,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우뚝'
뉴스스탠드에서 아주경제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