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선의 워라밸 워치] 신세계, 주 35시간 근무제 100日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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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04-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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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직 “저녁이 있는 삶” 만족 vs 현장직 “노동강도 세졌다” 불만

신세계그룹은 주 35시간 근무제 정착을 위해 오후 5시 퇴근과 동시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셧다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지 100일을 맞았습니다. 하루 7시간 근무를 위해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9 to 5)’을 시행한 이후 신세계그룹 임직원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 100일을 맞은 10일, 신세계그룹 측은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 Work & Life Balance)’이 가능해졌다고 자평합니다.

이를 위해 업무 시스템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신세계는 업무 생산성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PC 셧다운제 △집중 근무 시간제(오전 10시~11시30분, 오후 2~4시·흡연 휴게실 이용 및 회의 금지) △불필요한 하위 업무 없애기 △회의·업무보고 간소화 등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야근 문화’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본사 야근율은 제도 시행 전 32%에서 0.3%로 현저히 줄었습니다. 특수업무 분야인 재무부서 외 모든 부서에서 야근이 사라지고 상사 눈치를 안보는 ‘칼퇴근 문화’가 정착된 것입니다.

또 팀별 회의실 이용 횟수도 평균 주 3회에서 1.5회로 낮아졌고 회의실 이용시간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대신 사내 피트니스 이용자 수는 하루 140여명에서 200명 이상 늘었습니다.

이마트 본사에 근무하는 김모 팀장(45)은 ‘9 to 5 근무제’ 시행 이후 아내와 딸 아이에게 점수를 따고 있다고 반겼습니다. 그는 “1시간 일찍 퇴근해 숙제를 봐주는 등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면서 “회사에선 업무에, 집에선 가족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마트 매장 등 현장 직원들의 불만은 큽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 강도가 너무 세졌다는 겁니다.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이면서 휴식 시간도 줄었는데 사무직에 비해 물리적 제약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 직원들은 더 바삐 움직이거나 개인 시간을 쪼개 일을 하고 있어 그야말로 ‘죽을맛’이라는 겁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가 공개한 계산원(캐셔)들의 이달 ‘근무 스케줄 운영 가이드’에 따르면, 작업 준비·마감시간과 휴게시간을 쪼개 계산대 업무로 돌린 정황이 보입니다.

‘대기시간’인 유급 휴게시간은 30분씩 두 번에서 20분씩으로 줄었고, 계산대 들어가기 전·후 배정된 준비·마감시간도 각각 15분에서 10분으로 줄었습니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결국 일찍 출근해서 준비하고 늦게 퇴근하라는 것으로, ‘공짜 노동’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인원 충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31일 이마트 구로점에서 근무 중인 캐셔 직원인 권모씨(48·여)이 심정지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마트산업노조는 “대책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야기한 비극이라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마트는 유가족과 노조 등의 주장으로 매장 내 응급대응 체계를 재구축,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매장 내 자동심장충격기 확대 및 전 사원 대상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 정례화 등이 골자인데요. 고객들과 직원들 모두 안전한 환경에서 쇼핑하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회사 측의 의지가 엿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주 35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워라밸이다, 노동강도 압박이다’라며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정한 워라밸을 위해 노사가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착한 기업’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앞서 김 팀장의 말처럼 “회사에선 업무에, 가정에선 가족에게 집중하는” 임직원들이 더 많이 늘어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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