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ICT 강국] 외국선 다하는 모바일헬스케어…韓 규제에 막혀 첨단기술력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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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18-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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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단체 반대에 법안 국회 계류

  • 창업 초기부터 해외로 눈돌려

한 환자가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이용해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네오펙트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사는 베트남 참전용사 마이클 유스테스씨는 2015년 찾아온 뇌졸중으로 손마비 장애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손을 움직일 수 있다. 집 근처에 있는 재향군인병원에서 제공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사용한 덕분이다. 환자가 집에서 하는 재활훈련 기록을 작업치료사가 컴퓨터 등으로 확인한 뒤 적절한 재활운동법을 알려준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인 네오펙트가 개발한 제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전문가 진단과 상담을 금지해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갤럭시S9’에는 광센서로 혈압과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막상 우리나라 소비자는 이를 이용하지 못한다. 역시 규제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 자료를 보면 2013년 608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였던 세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2333억 달러(약 249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시장이 2014년 3조원에서 2020년 14조원 규모로 다섯 배가량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을 비롯한 경제대국들은 모바일 헬스케어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보건소를 활용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사업을 2016년부터 진행 중이다.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맞춤형 건강관리를 해주는 사업이다.

정부가 시범사업만 반복하는 것은 업계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원격진료를 비롯한 모바일 헬스케어 허용 법안은 의사단체 반대로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을 갖춘 업체들의 국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비비비는 올 연말 혈당 측정기처럼 혈액으로 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제품 ‘마크비’를 내놓을 계획이다. 바이오마커는 질환 유무와 중증도를 알려주는 생체표지자다. 암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마친 환자 사후관리용 제품으로 나온다.

검사 결과 혈액에 문제가 있더라도 바로 의사 상담은 받을 수 없다. 이 결과를 확인한 의사가 병원 방문을 권유할 수 있을 뿐이다. 비비비 관계자는 “마크비로 얻은 혈액 검사 결과만으로 원격으로 진단을 내리거나 처방을 하는 것은 아직 국내법에서 허용하지 않은 범위여서 상담 기능은 넣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업 초기부터 모바일 헬스케어가 활성화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네오펙트는 각종 규제로 자유롭지 못한 국내 대신 미국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애초부터 미국 등 해외 시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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