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농어업 근본틀 바꾸는 열쇠는 ‘공익적 가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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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3-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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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 구조조정‧농업 생산성 성공적 결과에도

  • 농민 실질소득‧도농 소득격차는 벌어져

  • 직불금 중심‧공익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의 농어업정책을 진단‧평가해 향후 개혁과제를 도출함으로써 성공적인 정책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사진 = 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스위스는 1996년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조문으로 만들어 국민식량을 책임지는 농업으로 농업의 존재이유를 분명히 했다.

미래세대에게 비옥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도 규정했다. 이를 위해 농민은 농산물 판매소득보다 직접지불금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했다. 농업예산의 80%를 직접 농민에게 준다.

지금까지 경쟁력 강화에만 속도를 냈던 우리나라 농정이 지속가능하고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두배 빨리 농민구조조정을 현실화했다. 농업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농민의 삶이 나아졌는지, 농업이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의문부호가 붙는 게 현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의 농어업정책을 진단‧평가해 향후 개혁과제를 도출함으로써 성공적인 정책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워크숍을 개최, 진중한 성찰과 농정 발전방안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 미국‧독일보다 두배 빨랐던 ‘농민 구조조정’··· 속도만 있고 농민 삶은 뒷걸음질

우리나라가 농민 구조조정을 통해 총 인구 중 농민 비율을 35%에서 6%로 낮추는 데 걸린 시간은 30년이다. 네덜란드는 농민 구조조정에 77년이나 걸렸고, 독일 63년, 미국 59년, 프랑스는 51년이 걸렸다.

농민 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은 규모화가 진행됐다. 1990년 3ha 이상 경작은 10.2%에서 2010년 40.4로 4배, 한우 30마리 이상 농가는 9%에서 65.7%로 7.3배 증가했다.

농업 생산성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민간 농업연구소인 GS&J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성은 선진 농업국으로 분류되는 네덜란드‧뉴질랜드와 비교해 각각 4.3배, 7.6배 높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소득은 오히려 줄고, 공익적 기능마저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 장기전망에 따르면, 가구당 실질 농업소득은 1995년 1590만원에서 2035년 1114만원으로 오히려 3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구 소득과 비교한 도농 소득격차는 1995년 95.7%에서 2014년 61.5%, 2035년에는 41.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화학비료 사용량과 질소수지가 세계 1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질소수지‧인산수지 초과량은 각각 3.2배, 4배다. 농약사용량도 OECD 평균보다 14.2배, 에너지 사용량은 37배에 달한다.

값싼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 농약을 더 뿌리고, 넓은 토지에서 농사를 지어 경쟁력을 갖춰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가 최우선으로 적용돼 온 것이다. 결국 판로와 시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과잉생산된 농산물은 가격을 하락시켜 농민들의 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집행위원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주의 농정이 생태계에 심각한 환경부하를 줬다”며 “경쟁력 지상주의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우리 농업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강화만 외쳤던 과거··· 공익적 기능 회복이 급선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자는 농협 서명운동에 100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업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공익적이지 못하다.”

최 위원장은 “정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면소재지개발사업 등 권역사업 150개 중 61%인 92개 시설물이 부실평가를 받았다”며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사용되는 90% 이상 사업비 예산에 농업이 오히려 멍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리 농업이 생산 중심에서 공익적 가치 실현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방안으로는 △농업오염 총량을 관리해 수질‧토양오염 방지 △농촌환경 개선 △직불금 부당수령 근절(2008년 기준 28만명 부당수령) △농지법 개정(상속 시 2년 내 처분 또는 농지은행 위탁) 등이 제시됐다.

또 생산 중심에서 직불금 중심으로 전환해 농업예산의 50%를 직불예산으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공공급식을 농업 혁신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별 통합 먹거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WTO 정부조달협정 예외규정으로 우리농산물을 공공급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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