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기려멱려(騎驢覓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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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입력 2018-0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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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기려멱려(騎驢覓驢)는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본래 <전등록(傳燈錄)>에 나오는 말이다. 선가(禪家)에서 깨달음을 자기 자신 안에서 찾을 일이지 밖에서 구하지 말라고 할 때 쓰는 비유다.

당나귀 려(驢) 대신 소 우(牛)를 넣어 기우멱우(騎牛覓牛)라고도 한다. 우리 속담 '업은 애기 3년 찾는다'는 말도 이와 비슷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요즘 대한민국 검찰 때문이다. 검찰이 온통 난리 북새통이다. 고위간부의 성추행, 과거의 잘못된 수사 및 은폐 조작, 수사 지휘가 아닌 수사 방해 외압···.

알 만한 사람들은 익히 다 알고 있었던 일이다. 독재 권위주의 정권에서 충직한 일꾼 노릇을 한 때문에 두껍게 덮여 있었을 뿐이다.

우리 검찰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낼까? 그래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변화를 이룩해낼까? 필자는 검찰이 이미 자신들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분명한 점은 검찰은 결코 특권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SNS가 이끄는 세상의 변화를 더 이상 모르는 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가와 교류가 깊었던 중국 송나라 시인 황정견(黃庭堅)은 이렇게 읊었다.

騎驪覓驢但可笑(기려멱려단가소, 나귀 타고 나귀 찾으니 가소롭고)
非馬喩馬亦成痴(비마유마역성치, 말도 아닌데 말에 비유함도 어리석음이리라)

'신발 신고 발 가려운데 긁는' 격화소양(隔靴搔痒)을 하게 된다면 가소(可笑)롭게 되고 어리석게(痴) 될 것이다. 검찰에게 하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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