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람 80명 중 10명 암사망, 10명 암투병중…익산 장점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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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8-01-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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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주민건강영향조사…인근 비료 공장 오염 탓이라고 주장하는 주민들

  • 익산시, 공장 가동 후 14년간 행정제제 無

장점마을 현황도. [사진제공=연합뉴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일대가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발생으로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정부는 일대를 대상으로 주민건강영향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희생자가 발생한 시점에서의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장점마을 일대는 지난해 7월 개최된 '제24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환경오염에 따른 주민건강영향조사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달 말 주민설명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1년간 일대를 조사할 계획이다.

전체 45가구, 80여명에 불과할 만큼 인적이 드문 장점마을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주민이 암으로 숨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암 발병으로 숨진 인원만 10명. 장점마을 주민들은 이에 추가로 10명이 암으로 투병 중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에서 지난 2001년부터 15년간 운영된 유기질비료 제조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암 발병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조사 결과 마을 인근 지하수에서는 발암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가 검출됐으며, 일부 가구에서는 '질산성 질소(Nitric Nitrogen)'가 먹는 물 기준(리터당 10㎎ 이하)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AH란 2개 이상의 벤젠 고리로 연결돼있는 유기 화합물을 뜻한다. PAH는 유기물의 열분해나 불완전연소를 통해 발생되며, 발암성 있는 벤조피렌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인체 및 환경에 중대한 오염원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다.

PAH가 치명적인 이유는 미세먼지에 흡착되기 쉽기 때문이다. PAH는 대기 중 긴 체류시간을 통해 인체의 폐로 침투되는데, 잠재적 발암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질산성 질소는 유기물 중 질소 화합물이 산화 분해해 무기화한 산물을 의미한다. 질산성 질소는 분뇨, 축산배수, 비료살포 등의 혼입에 따른 오염이 주 원인으로, 유기오염의 정도를 표시하는데 쓰인다.

유아에게 산소전달을 방해해 파랗게 질식하는 '청색증(메트헤모글로빈 혈증)'의 발병 물질로 알려져 있는 물질이 바로 이 질산성 질소다. PAH, 질산성 질소 모두 오랜 시간 동안 인체에 치명상을 입힌다는 점에서 '소리 없는 살인자'로도 불린다.

이처럼 오염물질로 인한 암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 지자체의 늑장 대응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북 익산시는 암 환자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비료 제조공장에 대해 지난 2015년까지도 이렇다 할 행정조치를 내리지 않다가, 작년 3월에 이르러서야 대기배출시설 폐쇄명령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주민들이 제시한 대로 뚜렷한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아 제재 조치가 지연된 탓도 있지만,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아쉬운 조치라는 평가다.

한 환경단체 전문가는 "지난 십수년 간 지역 주민의 4분의 1 이상이 암 발병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제서야 주민건강영향조사가 시작된 것은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다"며 "이 같은 주민 및 환경 피해가 다른 지역에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정확한 발병 원인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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