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연계 결산] 블랙리스트·사드 보복···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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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7-1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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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진출 공연 무산·문화 예술인 임금 체불 악재

  • 중단됐던 한중 문화 교류 사업 기지개

문화예술계 장르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지난 9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 20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검열이나 지원 배제 등의 피해를 본 문화예술계의 현황을 밝혔다. 문화·예술인은 1012명, 문화·예술 단체는 320곳, 총 피해 건수는 2670건으로 조사됐고 작성된 블랙리스트만 12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2017년 문화 공연계는 다사다난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화 예술인 임금 체납, 공연 제작자 사망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공연계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반면, 한국의 클래식 스타들의 잇따른 해외 콩쿠르 입상 소식은 암울했던 공연계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됐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사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국 공연의 중국 진출 재개, 한중 간 문화기술 교류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난타전용관에서 열린 난타 20주년 기념 특별 간담회에 배우들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드 보복·임금 체납·제작자 사망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무대 콘텐츠) ‘난타’가 충정로 전용 극장을 폐관하기로 했다. 국내 난타 전용관 4곳 중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위주로 운영해온 충정로 극장은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확산 제한 정책)은 국내 공연장뿐 아니라 중국 무대로 보폭을 넓히려던 한국 예술인들에게도 족쇄가 됐다. 한국 대표 성악가인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백건우, 발레리나 김지영 등의 공연이 돌연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 ‘별의 전설’ ‘투란도트’ 등도 상업 공연도 줄줄이 무산됐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영웅'을 제작한 에이콤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시연회를 열고 현지 업체들과 공연 일정을 협의 중이었으나 올해 초 논의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과의 관계와 별개로 국내 공연 시장 역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 돼 온 임금 체납 문제가 다시 한 번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3월 뮤지컬 ‘넌센스2’는 지난 시즌 공연에서 배우와 스태프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고, 6월에는 유명 아이돌 출연으로 주목받은 뮤지컬 ‘햄릿’이 임금 체불 문제로 사전 통보 없이 당일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하면서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금전적인 문제로 세상을 등져야만 했던 공연기획사 아시아브릿지콘텐츠 고(故) 최진 대표의 사망 소식은 아직까지 한국 공연 시장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보여줘 주변을 씁쓸하게 했다. 한때 ‘대학로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던 그는 ‘김수로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학로 상업 뮤지컬과 연극 등을 다수 제작했지만 ‘미안하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공연 중 한 장면 [사진=HJ컬쳐 제공]



◆사드 해빙기·한국 클래식의 해외 콩쿠르 석권

그런데도 희망은 있다. 지난 11월에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중국 재공연 확정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 9월 30일 중국 상하이 ET스페이스에서 라이선스 첫 공연을 올렸던 이 뮤지컬은 한·중 양국의 사드 긴장감 속에 재공연이 불투명했지만 본격적인 ‘사드 해빙기’를 맞으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물꼬가 터지자 다른 공연들도 공연 재개 소식을 알려왔다.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오는 8월8일부터 20일까지 중국 상하이의 백옥란 극장에서 공연한 후 8월 24일부터 27일까지는 베이징 다윈 극장에서 무대를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또한, 지난해 8월 중국 투어 공연 중 사드 후폭풍으로 공연을 중단했던 ‘빨래’도 최근 중국 공연 재개를 결정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23일부터 베이징 다윈 극장에서 개막해 7월9일까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가운데)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반 클라이번 재단 트위터 캡처]



한국의 클래식 스타들은 해외 유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한국 예술의 위상을 높였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지난 6월 세계적 권위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는 대회로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희망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첼리스트 송민제가 헝가리 포퍼 국제 콩쿠르서 1위, 하프 영재 김재원이 멕시코 콩쿠르서 1위, 비올리스트 이은빈이 브람스 콩쿠르서 최연소 1위, 오보이스트 함경이 ARD콩쿠르서 1위 없는 2위 등에 입상하며 다양한 연주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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