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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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입력 2017-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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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뛰어가는 사람은 빠르지만 이 리도 못 가서 멈추고,
걸어가는 사람은 느리지만 백 리를 가도 멈추지 않는다.
(주자지속야 이불과이리지·走者之速也 而不過二里止
보자지지야 이백리부지·步者之遲也 而百里不止)
- <설원(說苑)>

우사인 볼트가 아무리 빨라도 그처럼 뛰어서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인생길이란 장거리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빨리빨리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무엇을 하든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해야 한다. 크거나 중요한 일일수록 더욱더.

공자(孔子)도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경계한 바 있다. 빨리 하려 하면 제대로 성취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빨리 하려다 보면 조급해지게 마련이고, 조급해지면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면 무리수를 두거나 조장을 하게 된다. <맹자(孟子)>에서 알묘조장(揠苗助長)했던 송나라 사람이 꼭 그 짝이다.

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볏모가 빨리 자라지 못한다고 안달하며 볏모를 뽑아 키를 키워주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집안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오늘 나는 너무 피곤하구나. 볏모가 자라도록 도와주었거든”이라고 하였다. 그의 아들이 달려가서 보았더니 볏모는 이미 바싹 말라 있었다.

벼를 수확하려면, 볏모를 심고 나서 중간에 김도 매고 거름도 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게 순리이다. 그 순리를 거스르고 조급하게 서두르며 무리수를 두다가 벼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린 것이다.

농사만 그런 게 아니다. 무엇이든 성과를 얻으려면,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중간에 꼼꼼하게 점검도 해야 한다. 중간의 과정은 소홀히 한 채 결과만 빨리 보려 해서는 결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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