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전모 밝히려면 대통령 기록물 공개해야"

박상훈 기자입력 : 2017-12-20 12:43
20일 대국민 중간브리핑 열어…피해건수 2670건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열린 대국민 중간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좌파 성향 인사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블랙리스트 구축이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열린 대국민 중간브리핑에서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문서·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작성돼 실제 활용됐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건수는 총 2670건이었다. 이 가운데 블랙리스트로 검열, 지원 배제 등의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은 1012명, 문화예술단체는 320곳이다. 

블랙리스트엔 2000년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도 포함됐으며,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시국선언에 동참한 사람에 대한 검열과 지원 배제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정치인이 도지사나 시장으로 있었던 충청북도, 전주시, 안산시, 성남시 등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위는 문체부 직원이 국가정보원·경찰청 간부와 문자를 통해 블랙리스트 관련 사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는 사실과 국정원이 영화진흥위원회에 최승호 PD(현 MBC 사장)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자백'과 이영 감독이 성소수자를 소재로 만든 작품 '불온한 당신'에 대한 지원 배제를 요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문체부 산하 기관들이 특정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 저작권 수출과 관련해 초록 번역 사업을 수행하면서 심사표를 조작해 '차남들의 세계사',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 '한국이 싫어서' 등을 배제한 데 이어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의 위탁도서 선정 과정에서도 회의록을 조작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도 2015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극단 마실'의 뉴욕문화원과의 매칭 사업을 폐지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민족미술인협회·한국작가회의·우리만화연대·서울연극협회 등 블랙리스트 등재 단체가 선정된 사업을 중단했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에 블랙리스트 문건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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