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항지진 후 첫 주말...이재민들 언제 집에 가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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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최주호 기자
입력 2017-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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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진에 항상 공포...쿵 소리에도 밖으로 뛰쳐나가

  • 여진 대비 평상복 입고 잠자, 대피 가방도 미리 준비

  • 대피소․시민들, 잠 좀 편하게 자려고 타지 친인척 집으로 이동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모습. [사진=최주호 기자]


경북 포항지역에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께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후 첫 주말을 맞이했다.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와 지진피해 복구 현장에서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주말 여진이 잦아들었으나 대피소 이재민들은 아직까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닷새째 이어진 고단한 대피소 피난 생활에도 지쳐가고 있다.

아파트와 집 파손이 심해 장기간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하는 이재민 가운데 일부는 주말을 맞아 더는 불편한 단체생활을 버티기 힘들다며 짐을 챙겨 다른 거처로 떠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1700여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주말 동안 1000여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오갈 데 없는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주민들은 다시 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거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 김모씨(60)는 "대피소를 찾은 주민 대부분이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지 막막한 심정인 것 같다"고 말한 뒤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언제까지 집 밖에서 지내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지었다.

50대 이재민은 "17일과 18일에는 여진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아직도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쿵하고 소리가 나면 또 지진인가 하는 생각에 밖으로 뛰쳐나갈 생각만 한다"며 "아파트를 밖에서만 보고 왔는데 한숨밖에 나지 않는다. 집에 당장 돌아가기는 어려워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 막막하기만 하다"고 걱정했다.

강진을 경험한 포항시민들의 생활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여진에 대비해 항상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도록 체육복 차림이나 평상복 차림으로 잠자리에 들고 있다.

특히 주말을 맞아 여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앙에서 먼 타 지역 친인척 집으로 가족모두가 짐을 챙겨 피신하기도 하고, 긴급 상황 재발시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생수와 짐을 챙겨 놓기도 했다.

북구 환여동에 사는 김모씨(50)는 "이틀 동안 여진이 없어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아직까지 강진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설치고 있다"며 "한 동안은 평상복을 입고 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죽도시장도 지역민들만 이용을 하고 있어 평소 주말과는 달리 한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죽도시장의 한 회센터 업주는 "주말에 예약된 단체 관광객 손님들이 있었는데 지진이 발생하자 모두 예약을 취소했다"며 "홍게를 사거나 방어회 등을 맛보려는 손님들이 와야 하지만 당분간은 여진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 지진이 죽도시장 상인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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