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부실기업' 솎아내기… '속병'까지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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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황현철 기자
입력 2017-11-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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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새 발심위 출범 후 문턱 높아진 IPO 심사

  • 통과율, 1~3분기 81%서 50%대로 뚝 떨어져

  • 실적만 보던 방식서 내부거래 등 '현미경 심사'

  • 병든 기업 진입 막아 리스크 차단·투자자보호

최근 중국 주식시장 '데뷔'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온 기념폐 및 귀금속 전문 제작업체 궈진황금(國金黃金). 이곳은 연간 순익이 4억 위안이 넘는 꽤나 유명한 중국 민간 중견기업이다. 2013년 이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매출 37억 위안(약 6160억원), 순익 4억8000만 위안을 거뒀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75%, 순익은 7배 넘게 올랐다.

시장은 궈진황금이 무난히 당국의 IPO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국은 궈진황금의 IPO에 퇴짜를 놨다. 직원의 주식 대리 소유, 기업지배·경영구조, 핵심주주의 실효 지배 미인정, 비즈니스 모델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궈진황금의 IPO 실패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중국 증시 입성의 문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IPO를 신청한 기업들에 대한 심사를 그 어느 때보다 엄격히 하면서다. 특히 과거 실적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했던 것에서 벗어나 관리시스템, 경영능력, 지속발전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잣대로 기업을 마치 ‘현미경’ 보듯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부실기업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 발발할 수 있는 금융리스크를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에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달라진 발심위··· 높아진 IPO 문턱

중국 주식시장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에 따르면 10월 17일부터 지난 8일까지 중국에서 IPO를 신청한 기업은 39곳이다. 그중 22곳만 심의를 통과해 IPO 통과율은 56.41%를 기록했다. 

올 1~3분기 IPO 통과율이 8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7일엔 IPO 신청기업 6곳 중 단 1곳만 통과해 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2015년 이후 단일 기준 거부한 기업 수가 가장 많은 데다 최저 통과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증감회 내에서 상하이·선전증시에 상장을 신청한 기업의 IPO를 심의하는 곳은 주식발행심사위원회(발심위)다. 우량기업 위주의 주판(主板)과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창업판(創業板, 차스닥)의 심사위원회를 하나로 통합한 17기 발심위가 지난 9월 30일 출범했다. 새 발심위는 10월 17일 첫 심의를 시작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증감회에 따르면 17기 발심위는 총 63명으로 구성됐다. 대부분이 증감회 소속으로 회계, 법률, 리스크 관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새롭게 구성됐다.

사실 발심위는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곳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발심위 내 증감위 소속 인사들이 여럿 낙마했고, 최근 ‘중국판 넥플릭스’로 불렸던 러에코(樂視網, 러스왕)의 상장 당시 재무제표 조작 의혹 사건에 발심위 위원들이 연루돼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혔을 정도다. 이번에 싹 바뀐 17기 발심위가 사실상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쑨젠보(孫建波) 중웨자본(中閱資本)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제일재경(第壹財經)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저조한 IPO 통과율과 관련, “발심위가 자본시장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쑨 CEO는 "발심위의 엄격한 심의가 증시 상장절차를 현재의 심의제에서 향후 등록제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등록제로 바뀌면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주식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성숙한 주식시장 여건이 마련되는 게 필수다.

◆'실적 지상주의' 탈피로 리스크 관리

과거 당국은 기업의 최근 3년간 누적 순익이 3000만 위안 이상만 충족하면 IPO 조건을 갖췄다고 봤다. 반면 기업의 관리시스템, 경영능력, 지속발전 가능성 등은 소홀히 다뤄졌다. 이로 인해 상하이·선전 증시에는 기초체력 부족 등으로 매년 실적이 악화되는 기업들이 많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대돼 왔다.
 
이에 17기 발심위는 실적 외에도 기업 경영의 규범화, 정보공개, 비즈니스모델, 기업공개의 합리성 등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종합적으로 기업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물론 순익 등 실적이 중요한 평가지표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궈진황금을 비롯해 지난 7일 IPO 심의에서 거부된 윈난선눙(雲南神農), 산둥유리섬유(山東玻纖) 등의 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기업의 작년 순익은 모두 1억 위안을 초과했다. 이 밖에도 지난 3주간 대형기업들의 IPO 심의 거부가 잇따랐는데, 더 이상 순익 규모가 IPO 심의의 절대 지표가 아님을 보여줬다.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증권시보망(證券時報網)은 최근 발심위가 IPO 심의에서 가장 중시하는 여섯 가지 요소로 △기업 내부거래 △모집자금운영 △중대 상황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 △재무와 사업의 규범성 △동종업체 간 경쟁 △매출총이익률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법에 근거한 전면적이고 엄격한' IPO 관리·감독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 발전에 지속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이하오밍(桂浩明) 선만훙위안(申萬宏源)증권연구소 시장연구 책임자는 지난 10일 상하이증권보(上海證券報)의 기고문에서 최근 IPO 통과율이 저조한 것과 관련해 “엄격한 심사를 통해 ‘병’을 가진 기업의 상장을 막고,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IPO 심의 기준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IPO 신청 기업들이 기업 관리나 경영상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하며 “상장기업이 되려면 지속적인 이익창출 이외에 기업지배·경영구조 등에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IPO 심의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것이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자금이 실물경제에 투입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부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효율을 떨어트리고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발심위에서 IPO 심의가 한번 거부되면 6개월 이후에나 재심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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